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 시행됐다. 제정 3년 만이다. 2021년 1월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에는 준비 기간 2년을 추가로 줬다.

3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현장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법 시행 직전까지 정부·여당·재계가 추가 적용유예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50명 미만 사업장과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까지 여러 의무를 지키지 못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성한 점은 되레 현장 혼란을 부채질하는 셈이 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법 시행 대비를 충분히 하면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작은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따른 추가 의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를 만들고, 현장 노동자와 함께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찾고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한다면 법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50명 미만 사업장 현실에 맞게 조직·인력 운영
사업장 위험요인 파악에 노동자 참여 ‘필수’

50명 미만 사업장과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 빵집 등 개인사업주가 법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업종과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개인사업주들이 처벌받는다.

애초에 개인사업주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빈도는 극히 낮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을 보면 5명 이상~50명 미만 사업장의 업무상 사고사망자는 365명이고, 이 중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는 15명으로 4.1%에 불과하다. 출퇴근시 발생하는 교통사고인 사업장 외 교통사고를 빼면 12명(3.3%)으로 내려간다.

중대재해가 발생한다 해도 법의 정신에 따라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개인사업주를 포함한 50명 미만 사업장에 지워진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안전보건 경영방침 및 목표를 수립해 회사 내 모든 종사자들이 알 수 있도록 공포·게시하고 △노동자가 참여해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한 뒤 △결과를 노동자에게 보고하는 것뿐이다.

여러 절차나 의무는 거대 사업장들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담 조직 운영 의무는 500명 이상 사업장, 시공순위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에게만 부여된다. 안전 전문인력 고용 의무도 50명 미만 사업장엔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49명이 일하는 제조업, 임업,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환경정화 및 복원업 5개 업종에서만 1명 이상의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둬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주기적으로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하는 의무도 개인사업주에게는 약식으로 처리된다. 사업주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한 뒤, 절차에 따라 개선을 실시하고 결과를 보고하면 법에 따라 점검한 것으로 본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민의힘은 여전히 추가 논의 요구
민주당 “공포 조장, 사실 부합하지 않아”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의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공포를 조장하는 주장은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은 다시 법 유예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영세,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는 기업경영의 모든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중대재해 발생시 처벌받거나 처벌 우려로 사업을 포기한다면 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800만명 근로자와 고용, 일자리에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정치권에서 공포를 조장하고 있는데,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노동부가 밝힌 것처럼 각종 지원대책을 시행하고, 추경을 통해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 예산과 사업을 확대하는 게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임세웅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Q&A

직원은 4명이고, 바쁜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커피숍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까. 법의 적용을 받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준비해야 할 점, 주의할 점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직원이 5명이 안 되지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경우도 적용되나.
“상시근로자 5명 이상인 사업장은 업종이나 직종 상관없이 모두 법 적용 대상이다.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 같은 개인사업주도 적용된다는 말이다. 건설업의 경우 기존에는 공사금액이 50억원이 넘는 경우만 법을 적용받았지만, 이제는 공사금액 제한 없이 5명 이상 일하는 모든 건설현장에 적용된다. 본사와 시공 중인 모든 현장의 상시근로자 수를 합산해 판단한다.

상시근로자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포함한다. 계속 근무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채용하는 일용근로자나 단시간·기간제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도 포함된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 배달라이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 당장 처벌대상이 되는 것인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안전보건 경영방침과 목표를 만드는 게 첫 번째다. 안전보건인력과 예산을 배정하며, 사업장 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평가해야 한다.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 평가는 반기별로 1회 이상 점검하고 평가해야 한다.”

-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님도 전문인력, 전담 조직을 둬야 하나.
“아니다. 50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배치의무, 전담 조직 설치 의무는 없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49명이 일하는 제조업, 임업,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환경정화 및 복원업 5개 업종이라면 1명 이상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둬야 한다. 건설업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이라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배치해야 한다. 의무가 아니라도 안전보건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받나.
“사업주가 법상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또는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다.”

-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있나.
“고용노동부는 29일부터 약 3개월 동안 전국의 50명 미만 사업장 전체에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29일부터 안전보건공단 누리집(kosha.or.kr)에 접속해 10개의 안전보건관리체계 핵심항목에 대한 우리 사업장의 상황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및 시설개선을 포함한 재정지원 등 정부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가이드와 안내서에 나온 정보를 활용한 개선도 가능하다.

전국 30개 권역의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통해 산업안전 대진단 및 정부 지원을 상담·신청하거나, 기업에서 요청하는 경우 현장 출동팀에서 직접 기업에 방문하여 상담·지원을 한다. 신청과 문의는 대표전화(1544-1133)로 하면 된다.”

임세웅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