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용산 대통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157분간 오찬 회동을 갖고 ‘갈등 봉합’의 장면을 연출했다. 갈등의 원인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도,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회동에 동참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소개할 만한 내용을 묻자 “민생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논의도 있었다”면 “구체적 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여야 간 협상을 최선을 다해서 적용유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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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밤낮없이 50명 미만 사업장을 돌며 “법 시행을 차질 없이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다. 현장은 대통령실과 노동부의 엇박자 속 어느 박자를 타야 할지를 두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유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국회의 법안 논의와 통과 절차를 짚어 보면,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다시 적용유예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매일노동뉴스>가 30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와 관련한 국회 절차와 법체계를 뜯어 봤다.

법 시행 일몰 기한 지나,
발의된 개정안은 논의 불가

정부·여당이 50명(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간 적용유예하기 위해 통과시켜 달라는 법안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 내용은 한 가지다. 50명 미만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는 법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법을 시행한다는 부칙 1조1항을 ‘법 공포 후 5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바꾸는 것이다.

법 내용을 따져봤을 때 이 개정안을 가지고는 논의할 수 없다. 이미 적용유예 조항이 지난 27일부터 일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몰을 연장하는 법이지, 일몰된 이후 소급 입법하자는 법은 아니다.

새로운 개정안 발의해야
소급적용, 법체계상 불가능

정부여당이 원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추가유예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들어가야 할 핵심은 소급 입법이다. ‘지난 27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간 적용을 유예한다’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만들어질 수 없다. 법 체계상 불가능하다. 형법 1조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돼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 신법을 따른다’고 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논의는 법 적용 2년 추가 적용유예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만약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입법이 이뤄져도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을 어기는 것을 범죄가 아니라고 눈감아 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법이 27일부터 시행이 된 이상,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국민의힘 “1년 만이라도 유예하자”
야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국민의힘은 이날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추가 적용유예를 요구했다. 당초 2년으로 주장했던 적용유예 기간을 1년으로 줄이자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위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있은 뒤 나온 메시지다. 이런 탓에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1년 유예안을 비롯해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고, 의총 결과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음에도 협상에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협상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의 연내 설치에 대한 의견을 들고 오면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의견을 가져오면 협상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과 정부여당만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정부가 2년간 일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책임도 묻지 않고 보완책도 마련하지 않고, 유예만 하자는 정책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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