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고용노동부>
자료사진 <고용노동부>

인건비 부담으로 안전보건전문가를 채용하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실무 경력 2년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공동안전관리자가 될 수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안전보건관리자에 대한 기업 수요가 늘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자격기준을 낮춘 것이다. 지역·업종별 사업주단체에 공동안전관리자로 고용되면 관할 사업장을 월 1회 이상 점검하게 된다.

정부가 50명 미만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내놓은 정책인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동안전관리자, 5월께 업무개시할 듯

노동부는 19일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공고를 시작했다. 지역·업종별 협동조합, 협회, 산업단지 관리공단을 포함해 지역·업종별 사업주단체가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하고 소속 회원사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노동부는 올해 공동안전관리자 6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동안전관리자에 대한 업무수행 매뉴얼, 교육 등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공동안전관리자 고용 및 제도 운영에 필요한 비용 80%를 지원한다. 최대 250만원이다. 예정된 사업금액은 120억원으로 600명의 8개월치 인건비다. 정부가 사업 참여 사업주단체를 확정하고, 사업주단체가 공동안전관리자 채용에 나서면 공동안전관리자는 5월쯤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전관리자를 구하기 어려운 현장 상황을 반영해 공동안전관리자 문턱을 낮췄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안전 실무 경력 2년 이상 보유자, 산업안전보건 관리감독자 실무 경력 1년 이상 보유자, 산업안전 관련 자격증 보유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공동안전관리자는 관할 사업장에 월 1회 이상 컨설팅을 진행해, 사업장 내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나선다.

사업장의 안전관리 담당자 지정-담당자에게 안전보건교육·훈련(1단계), 안전관리 담당자의 안전관리체계 설계 지원(2단계), 경영자의 안전보건 목표 수립·안전 투자-근로자가 참여한 안전제안제도·위험성평가(3단계) 구축이 이들의 업무가 될 예정이다.

노동계 “권한·책임 불투명”
재계 “내년에 지원 확대해야”

사업의 규모와 내용 모두 아쉽다는 평가다. 노동부는 공동안전관리자 한 명당 20개 사업장을 관리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1만2천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정부가 중대재해 고위험 사업장으로 집계한 8만3천개의 8분의1 수준이다.

노동부는 2년간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재 예산은 8개월분만 편성돼 있다. 내년에 해당 사업이 축소·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주단체가 정규직으로 공동안전관리자를 고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중책을 맡기면서 기간제·저임금 노동자를 양성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사 모두 걱정이 앞선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중소기업 상황이 절박하니 지방경총 중심으로 경총도 참여할 예정”이라면서도 “운영경비나 이런 부분들이 포함 안 된 부분들이 있고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 확대가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에는 사업 예산 등이 좀 적극적으로 반영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관리자 자격 소지자, 산업안전 관련 경험이 있는 자가 본 사업에 자발적으로 지원할지 불투명하다”며 “공동안전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대재해 고위험 사업장 8만개 중 어디까지 (공동안전관리자 사업의) 손이 뻗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공동안전관리자에게 어떤 매뉴얼을 주고 각자 적극적으로 사업할 수 있게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공학)는 “업종별 사업주단체가 안전관리자를 채용하고 업종별 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한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과태료를 받는 것을 예방하는 수준으로 이뤄지던 기존의 안전보건 국고보조 사업처럼 운영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형해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대재채처벌법상 기업이 갖춰야 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된 것처럼 구색만 맞추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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