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지 2년을 맞았다.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낸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 보호를 목적으로 정해진 법률이 법원에선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매일노동뉴스>는 5차례에 걸쳐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을 분석해 법 적용의 한계와 개선점을 모색한다.<편집자> 

① 전면 시행됐지만, ‘솜방망이 처벌’ 과제
② ‘후진국형 재해’ 대부분, 법원은 ‘피해자 과실’
③ 법원도 입법취지 주목, ‘적당주의’ 안 통했다
④ ‘고의성’ 짙은 검찰, 구형량 낮고 회장님 불기소
⑤ 기업은 ‘바지사장’ 로펌은 ‘경영책임자 방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로 전면 시행됐다.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유예를 둘러싸고 오랜 진통 끝에 법 시행 2년 만에 상시근로자 5~49명인 사업장 전부에 법이 적용됐다. 50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만 약 8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사업장만 사망사고 중 70%가 넘는다. 산업안전공단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사고사망자 9천380명 중 76%(7천138명)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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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13건 중 실형은 1건, 그마저 최저형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 시행 이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받은 ‘죗값’은 미미했다. 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당 법인에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달리 ‘하한선’을 그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럼에도 선고형량은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다. 현재까지 선고된 13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영책임자는 2호 선고인 한국제강 대표에 불과했다. 한국제강 대표 A씨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고,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A씨가 유일하게 법정구속이 된 데에는 과거 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세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점이 작용했다.

나머지 12건은 모두 유죄가 나왔지만, 경영책임자들은 구속을 피했다. 법정형 하한선인 징역 1년에 근접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지난해 4월6일 첫 번째로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이후 징역 2년을 초과하는 선고형은 전무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사례도 총 4건에 달했다. 관할법원만 달랐을 뿐 선고형이 거의 동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심에서 형량이 확정된 사건도 3건이었다. 피고인인 경영책임자가 항소하지 않으면 검찰도 함께 항소를 포기한 탓이다. 1호 선고인 온유파트너스 사건과 지난해 10월 선고된 7호 판결 ‘제동종합건설’, 지난 16일 마지막으로 선고된 13호 판결인 ‘삼성포장’ 사건은 모두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다. 3건 전부 경영책임자는 징역 1년2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온유파트너스 사건에서 검찰은 “피고인과 합의한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은 점과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정했다”고 밝혔다. 1심 형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다툴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처벌불원·재발방지대책’ 형량 깎았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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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선고형에는 법원의 공통적인 ‘감경사유’가 작용했다. 판결문을 보면 대부분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 △유족의 처벌불원의사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형량 감경 기준으로 삼았다.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등 산업안전보건 범죄의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와 유사하다. 이 같은 형량 감경은 법정 최저형(징역 1년) 미만의 선고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공동주택 관리업체 국제경보산업 대표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달 21일에는 부산 소재 건설사 성무건설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법인 벌금형도 상한선인 벌금 50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유일하게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한국제강 법인만 벌금 1억원이 선고됐고, 나머지 업체들은 벌금 2천만원에서 벌금 8천만원이 부과됐다. 벌금 2천만원은 법정형 상한선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실제 9호 선고인 정안철강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에도 벌금 7천만원을 선고받는데 머물렀다.

과거 반복된 사고에도 처벌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 선고된 사건 중 과거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한국제강(2호 선고) △정안철강(9호 선고) △제효(11호 선고) △삼성포장(13호 선고)다. 한국제강의 경우 수차례 산업안전보건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최저형인 징역 1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고, 정안철강 사건도 법원은 노동자가 작업 중 철판에 허벅지를 베여 과다출혈로 숨졌는데도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대표에게 선고했다.

반복된 사고에도 법원은 ‘면죄부’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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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사고’는 대부분 재래형 재해였다. 추락·끼임 위험이 있는 작업장소에 작업계획서를 토대로 방호장치를 마련했다면 사전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실제 서울 첫 중대재해 선고인 ‘제효 사건(11호 선고)’을 보면 추락위험이 있는 곳에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로 수십 차례의 벌금형 전력이 있는 점이 지적됐다. 사고 발생 4개월 전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 ‘처벌불원’이 형량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골판지 가공 기계의 회전축에 몸이 끼여 노동자가 즉사한 ‘삼성포장 사건(13호 선고)’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다섯 차례나 끼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지기도 했지만, 위험성평가와 방호조치는 없었다. 사고 한 달 전 방호장치를 해체한 후 재설치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원은 “사고 이후 2중 방호장벽을 설치하고 윤활유 주입구를 이전했다”는 등 이유로 형량을 법관 재량으로 작량감경했다.

전문가들 “중대재해처벌법 ‘종이호랑이’ 전락” 우려

사법부의 ‘산재 감수성’ 부족이 중대재해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거론된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중대재해에 대한 판결은 마치 재벌총수들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정찰제’ 판결을 연상시킨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의 반복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형량을 달리해 재해예방을 최우선하도록 바뀌길 기대했지만 자유형과 벌금형에 그치는 판결로 법이 ‘종이호랑이’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도 “시행 1년여 만에 판결이 산업안전보건법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법원이 오늘날의 위험한 일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범죄는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점을 부디 법원이 무겁게 돌아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한선’만 정한 입법 의도를 사법부가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법원은 사망 결과에 있어 의도성이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여러 조치 중 하나만 제대로 됐다면 사망사고를 피할 수 있는데도 경영책임자의 안전에 관한 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면 지금보다는 형량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 안전보건 관계 법령 자문을 담당하는 정인태 사내변호사는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얼마나 충분히 이행했는지’를 법원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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