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일부 직급의 경우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면 정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 있었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에 관한 판례는 정년유지형이냐 정년연장형이냐에 따라 엇갈리는 추세다.

엇갈린 하급심, 2심 “고령자고용법 강행규정 위반”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한국고용정보원 정년퇴직자 A씨가 고용정보원을 상대로 낸 임금 및 퇴직금 등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7년 11월 개방형 직위로 입사한 뒤 2009년 11월 일반직 2급으로 전환됐다가 2016년 12월 정년퇴직했다. 그런데 2016년 1월부터 과반수노조와의 합의로 시행된 임금피크제가 문제 됐다. 고용정보원은 2급 이상 정규직에 한해 정년 1년 전부터 보수의 30%를 감액하기로 정했다.

그러자 A씨는 “노조 조합원도 아니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의 보수로 산정한 퇴직금과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2019년 12월 제기했다. 이와 함께 2014~2015년 두 차례 전보명령과 최하위 인사평가도 위법하다며 기존 연봉과의 차액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2014년 상반기 종합평정 결과 동일직급 내 최저점수를 받았고, 이듬해에도 최하등급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았다.

1심은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며 A씨 청구의 일부만 인용했다. 임금피크제가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얻어 시행돼 ‘개별적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1차 전보명령의 경우 재량권을 남용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임금 차액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고용정보원의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으로 보고, 임금피크제가 강행규정인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이나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가 있었다는 등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었더라도 강행규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정년유지형 단정, 차별 여부 심리했어야”

2022년 5월 대법원 판결이 인용됐다. 당시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4조의4 1항)이 강행규정에 해당해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만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임금피크제 무효 판단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 정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2심 재판부도 고용정보원이 임금 감액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을 다시 뒤집었다. 정년 기준이 직급에 따라 달라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고용정보원 인사규정에는 2급 이상은 60세, 3급 이하는 57세로 정년이 규정돼 있다.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다시 3급 이하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2급 이상 직급에 오르게 되는 경우에는 정년이 종전보다 연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2급 이상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정년이 57세에서 60세로 연장된다”며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을 일부 수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원고의 주장이 원심에서 비로소 제기된 이상 원심은 이에 관해 좀 더 심리해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원심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단정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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