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변호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1. 사건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한 개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의 시행(2017년 1월1일)을 앞두고 피고 KB신용정보 주식회사는 2016년 2월24일 과반수노조인 사무금융노조 KB신용정보지부(이 사건의 노조)와 기존 정년 58세를 60세로 연장하면서 55세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달 29일 회사 경영협의회 의결을 거쳐 같은해 3월1일자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노사합의로 정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의 기준을 보면 “만 55세 도달한 직원”을 임금피크제 전환 대상으로 하고, “전환 직전 연간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근무 기간(5년 기준) 250% 지급”하는 것으로 총보수를 정했다. 성과평가에 따른 성과보수를 지급한 것이고, 피고는 피고 노동자가 만 55세에 도달함에 따라 이를 적용해 삭감된 임금을 지급했다. 이 사건 노조 조합원이 아니었던 원고들도 만 55세에 도달하자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삭감된 임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들은 위법·부당하다며 이 사건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삭감된 임금 지급을 청구하게 됐다.

2.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노조 조합원이 아니라서 노사가 체결한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관한 협약이 적용되지 않고, 협약상 조합원 범위에서 제외된 원고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과반수노조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동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인 임금을 삭감하면서 해당 근로자의 동의 없이 할 수 없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령자고용법상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해 무효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피고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에 해당해서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적법·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2년 5월26일 대법원에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며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22.5.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이 나온 뒤부터는 원·피고 간 해당성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했다.

3. 판단

서울중앙지법은 먼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과반수노조와의 합의로 도입된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고령자고용법 위반을 제외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을 배척했다. 고령자고용법 위반 여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개별 업무성과와 관계 없이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이르렀다는 사정만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것이므로,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에 관해 차등을 두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선임직원들은 성과등급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간 보수총액 대비 45% 내지 70%를 연 보수로 지급받게 돼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특히 최저 등급의 성과평가를 받으면 정년 연장에 따른 보수 총액이 오히려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지급받았을 보수 총액보다 적게 받아 손해가 적지 않다고 봤다. 피고가 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저감하는 등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는 적절히 마련했다고 볼 수 없는 점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서 강행규정인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4. 평가

이번 판결의 의의를 찾자면 무엇보다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 차별로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따른 무효라고 판단한 데 있다. 2022년 5월26일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차별로서 고령자고용법 위반해 무효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그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은 기존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였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용자들은 기존 정년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등 하급심에서 임금피크제가 위법·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잇따라 선고했는데, 이번 판결은 이러한 하급심 판결 경향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법적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근로자 정년연장도 정년유지형이 아닌 정년연장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도 연령 차별 금지에 관한 고령자고용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 기준을 참고해 판결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단순히 정년연장형을 내세워 적법·유효하다는 사용자들의 주장과 행태는 더는 계속되기 어려워졌다.

다만 구체적으로 이번 판결은 불이익 정도와 대상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처럼 불이익에 대상 조치가 없는 경우와 달리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거나 나름의 대상조치가 있는 경우 어떻게 법원이 판단할지 향후 임금피크제에 관한 법원 판결들로 그 기준에 관한 법리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근로기준법상 절차를 거친 것이면 그것이 해당 사업장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상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라도 해당 근로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으로서 임금피크제가 적법·유효하게 적용되는 것라며 근로계약 법리 등에 따른 주장을 배척했다. 이는 대법원을 비롯한 우리 법원이 반복해서 판결해 확고한 판례 법리에 따른 것이다. 근로계약관계에서 근로계약의 의의와 취업규칙의 효력 등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판단했다고 비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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