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현대자동차 과장급 이상 간부로 일한 퇴직자들이 간부사원에게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과 관계없이 ‘집단적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무효라는 취지로 판례가 바뀌면서 이와 관련한 소송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 전직 간부 32명이 지난달 29일 현대차를 상대로 1명당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손배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연·월차휴가 수당에 대해서도 3천만원씩 배상하라는 소송을 같은 법원에 별도로 제기했다. 이들은 과장 이상 직위인 차장·부장 등으로 근무한 사람들이다. 손배 청구금액은 총 16억원이다.

2004년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뒤 임금피크제 도입

이번 손배 소송은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데 대한 후속 소송이다. 현대차는 ‘간부사업 취업규칙’ 도입 이후 2015년 해당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소송 제기자들은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별도 취업규칙을 만들고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지급한 임금액과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 산정되는 임금의 차액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는 2004년 주 5일제를 도입하며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다.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한 월차휴가를 폐지하고, 연차휴가 일수를 25일로 제한했다. 당시 현대차는 전체 간부사원의 89%에 해당하는 5천958명에게 동의를 받았다. 일부 간부사원들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때 노동자 과반 또는 과반수가 소속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체 노동자가 아닌 간부사원에게만 의사를 물은 것은 무효라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현대차 간부사원 2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특히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허용해 왔는데, 판례를 변경해 ‘집단적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간부사원 차별,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

소송 대리인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중심)는 “근로기준법 94조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한 것은 차별행위로 볼 수 있어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불법행위로 판단할 경우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금채권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민사상 불법행위로 받지 못한 임금 차액을 청구할 때 소멸시효는 10년까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변호사는 “불법파견에서의 손해배상 청구 사례처럼 소멸시효가 최대 10년까지 확장될 수 있다”며 “현대차에서 퇴직하거나 재직 중인 간부사원 인원수를 생각하면 소송 결과에 따라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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