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요건으로 ‘1주 30시간 이상의 근무시간 보장’을 기준으로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따르면 1주 최소 15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면 되기 때문에 법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고용허가제(E-9) 외국인 노동자가 받는 월 임금(최저임금 기준 201만580원) 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돼 저임금 외국인 일자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 제외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8일 열린 외국인력정책실무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계획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이달 1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와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TF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확정했다. 서울시 한부모·맞벌이 가정 등에서 일할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명을 연내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외국인력정책실무위에서 정부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서비스 제공기관의 선정요건으로 △일정시간(1주 30시간) 이상의 근무시간 보장 △가사·육아 관련 기술 등 사내교육(90시간 이상) 실시 △일반 가사(청소·세탁 등) 외 육아 서비스 제공 업체는 선정시 우대 등의 기준을 세웠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E-9 외국인력에 적용되는 사업장별 고용한도 적용이 제외된다. 고용 전 내국인 우선 구인노력도 하지 않아도 된다.

서비스 제공기관과 가사노동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 내국인과 동일하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등을 준수해야 하지만 “가사근로 특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상 휴게·휴일, 연차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적용 제외”한다.

노동부는 1일 “서비스 수요자의 비용 부담도 서울시, 서비스 제공 인증기관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현 시세(시간당 1만5천원 내외)보다 낮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대다수 가정에서 희망하는 파트타임 방식을 이용하면 이용 가정의 비용부담은 더욱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시세보다 낮게” 정부가 주도

국내 수요에 맞춰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형성된 가사서비스 가격보다도 낮게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고,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파트타임 방식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6개월간의 시범사업이 끝나면 노동자의 이후 거취도 불확실하다.

정영섭 이주노조 사무국장은 “가사노동자 파견 가정이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 가사노동자 임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금액을 받게 될 수 있다”며 “6개월 시범사업 이후 고용방안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기간이 6개월인데, 이후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 일하길 희망하는 경우 일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을 계속할 수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 기피 업종 외국인 확대
보호장치 미흡, 노동권은 되레 후퇴

택배상·하차직, 공항지상조업 상·하차직도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을 연다. 노동부는 이달 11일부터 26일까지 택배인력 공급업체, 공항 지상조업 기업으로부터 고용허가제(E-9) 외국인 노동자 신규 고용허가 신청서를 접수한다.

택배업계는 시내 외곽에 위치한 물류터미널이 주로 야간에 운영되고 업무강도가 높아 내국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계속 요구해 왔다. 공항지상조업 상·하차 업무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세한 택배인력 공급업체가 외국인 택배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열악한 근로조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호텔·콘도업, 음식점업 등 인력난 심화 업종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분석해 연내 외국인력 허용 여부를 검토한다.

내국인 노동자가 기피하는 업종에 외국인 노동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 권리가 강화되기는커녕 후퇴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7월 E-9 노동자에 대한 사업장 변경을 ‘권역별 단위’ 안에서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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