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정책에 관심들이 많다. 아니, 사실 이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8월 중 수요조사를 시행하고 올해 안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100여명을 국내에 도입해 6개월 이상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한국에서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고 말을 꺼낸 뒤 육아와 가사 비용부담을 낮추고 여성의 고용단절, 저출생 문제 극복을 내세우며 빠른 속도로 추진됐다. ‘더 싸니까 더 이익이다’라는 단순한 논리 하나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돌봄이라는, 이 사회의 지속과 번영을 위해 너무나 중요한 노동을 도대체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지, 그저 줄여야 할 비용으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무척이나 개탄스럽다.

현재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취업하는 농축산업, 건설업 등에서 이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노동을 비용으로만 여길 때 얼마나 노동자의 삶이 처참해지는지, 기본적인 인권마저 빼앗기게 되는지를 알 수 있다. 불과 2년여 전 캄보디아 여성노동자 속헹씨가 한파 속 난방도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주거환경이 이슈가 됐다. 주거비용을 지불하는데도 안전과 거리가 먼 열악한 가건물에 살면서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 호소도 높았다. 농축어업의 이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노동시간,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에 처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농축어업에 비하면 가사노동은 더 좋은 환경일 테고,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농축어업보다 일의 고된 정도는 덜할지 몰라도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역시 ‘위험의 외주화’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아동뿐 아니라, 노인, 장애인, 환자 등 반드시 돌봄이 필요한 대상이 많고, 돌봄노동 없이는 이 사회가 유지될 수가 없다. 하지만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민주노총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9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불안정성이 높고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시간제로 일하는 경우 총임금이 100만~160만원 정도로 생계가 불가능한 임금이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에서 발표한 ‘돌봄노동자 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4%가 손목과 무릎 질환, 허리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었고, 돌봄 대상(어린이, 어르신, 장애인 등)으로부터 폭언, 폭행 등 폭력을 당해본 경험이 약 47%에 달했다. 무거운 물건을 다루는 중량물 작업뿐 아니라 사람을 들거나 자세 변경하는 작업 역시 근골격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사람의 신체는 무겁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작업자세를 취하기도 어려우며 만약에 협조가 잘 안되는 돌봄 대상이라면 근골격계 부담이나 손상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돌봄노동 중에서도 가사노동에 초점을 맞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연구에 의하면 가사노동자는 본인의 노동가치에 대한 평가도가 더 낮고 노력에 비해 부족한 보상 등 전반적인 노동환경 만족도는 다른 돌봄노동자보다도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골격계 증상, 우울·불안 증상 또한 상대적으로 더 심하게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심각한 노동조건이나 안전보건 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더욱이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수요를 생각하면 이를 누구든 일하고 싶은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미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인 중고령 여성노동자에서 더 취약한 이주노동자로 외주화한다면 일자리 질은 더 나빠지고 돌봄서비스의 질도 더욱 떨어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여성의 고용단절이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다.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 낳고 키우려면 조부모의 희생이나 큰 경제적 비용이 들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애초에 왜 이런 사회가 됐는가를 따져봐야 할 일이다. 상대적으로 값싼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들여와 육아비용을 낮춰 줄 테니 부모는 계속 장시간 노동하라며 발을 뺄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성 강화로 돌봄을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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