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이 발견된 뒤에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위원장 박미향)는 28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계획을 밝혔다. 광주·전남 지역 급식노동자 6명이 7월 중에 1차로 소송을 제기하고, 또 다른 폐암 산재 피해노동자들이 추가 소송을 이어 갈 계획이다.

국가에 집단 산재의 책임을 묻는 것이 이번 소송의 목적이다. 폐암으로 사망한 조리사는 6명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31일 기준 폐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97명 중 62명이 승인을 받았다. 산재 인정을 받은 피해자 중 6명이 사망했다. 교육부가 실시한 학교급식실 폐암 건강검진 결과 32.4%가 이상 소견 결과가 나왔고, 폐암 의심자는 341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1년 2월 학교 급식실 종사자 폐암이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된 뒤, 고용노동부는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각급 학교 급식실 99%는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는 등 실제 개선 상황은 미미하다는 것이 노동계 지적이다. 그 결과 집단 산재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 소송을 준비하게 된 배경이다.

26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조리사 박아무개(61)씨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아파도 대체 인력이 없어서 병원에 가기 위해서 방학만을 기다렸다”며 “항암 치료하면서 부작용이 생기고 이것 때문에 또 약을 먹고 있다. 언제 내성이 생길지 몰라서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고 있다”고 흐느끼면서 말했다.

소송대리인인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폐암이 산재로 인정됐음에도 재산적 피해가 제대로 보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정신적 피해는 산재보상 대상에서 아예 배제돼 있는 것이 손해배상 소송을 기획하게 된 이유”라며 “올바른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을 위해서도 소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으로 인한 손해가 있어야 한다. 노조는 정부와 사용자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예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산업안전보건법 39조(보건조치)에는 흄, 분진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조리흄은 작업환경측정 대상에서 빠졌다.

박정호 노조 정책실장은 “2010년에 국제암연구소에서 조리흄을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국가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서 조리흄을 유해물질로 인정하고 조리사 폐암을 산재로 인정한 바 있다”며 “그렇다면 노동부가 시행규칙과 고시를 바꿔 조리흄을 유해인자로 정해서 빠르게 대책을 세워야 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