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급식노동자 폐암 확진자가 지난 3월 교육부 발표 대비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작 정부는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학교 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피해자 국가책임 요구 및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속가능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방지를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대책위에는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여성노조 등이 속해 있다. 이날 토론회는 강득구·강민정·서동용·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이은주 정의당 의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지난 8일 강득구 의원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급식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자료를 공개했다. 폐암 확진자는 52명으로 지난 3월 교육부가 발표한 확진자보다 21명이 늘었다. 전체 검진자 대비 폐암 의심 환자 비율도 0.58%(139명)에서 0.85%(379명)로 상승했다.

김미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통계청이 2020년 발표한 50대 여성의 폐암 발생률과 비교했을 때 학교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발병률은 평균보다 3.21배 높은 수준”이라며 “폐CT 검진을 정례화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급식실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튀김·볶음·구이 등을 할 때 나오는 조리흄(cooking fumes)이 지목된다. 조리흄을 만드는 부침과 구이 등의 메뉴를 제한하는 지침을 만들고, 급식실 인력을 늘려 노동강도를 줄여야 조리흄 흡입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조리흄에 대한 성분을 파악해 정량화하는 것은 아직 논쟁적인 상황”이라며 “모든 유해물질이 작업환경측정 대상은 아닌 데다가 작업환경측정 대상으로 지정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작업환경 관리가 더욱 빠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굽거나 튀기는 메뉴의 횟수를 제한하고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며 “노동강도가 높으면 호흡수가 증가하고 피부에 유해물질 노출이 증가해 폐암 산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전체 교육청을 평균 내 보니 교육청당 97.5명의 급식노동자가 배치된 걸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인력 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가 폐암 문제 해결 핵심인데, 교육부는 현 인원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인력규모 파악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학교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조리흄을 발생시키는 메뉴를 없앨 수는 없다”며 “건강검진 같은 경우는 시·도교육청별로 (매년 몇 번을 시행할지) 편차가 있어 향후 공통 기준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기준과 관계자는 “급식실에 환기설비 개선 가이드를 일률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하현철 창원대 교수(스마트그린공학)는 “환기설비 가이드를 만들어 전국에 공통 적용하는 방법도 필요하다”며 “하지만 교육당국이나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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