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희 기자

학교비정규직노조가 폐암 산재 피해를 입은 학교 급식실 조리노동자들의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계획을 밝힌 28일 오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에서 조리복을 입은 박아무개(61·사진)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번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다.

폐암 환자인 박씨는 자신의 건강상태 등을 말하다가 7분이 지나자 책상에 올려 놓은 팔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꼈다. 옆에 있던 김수정 노조 수석부위원장과 김정희 광주지부 사무처장이 그를 토닥였다. 결국 그는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11시30분까지 서울삼성병원에 폐CT 결과를 확인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기자도 그와 함께 택시를 탔다. 박씨는 택시 안에서 안정을 찾은 듯했다. “내성적이고, 말주변도 없어요. 가슴이 심하게 뛰고 폐암 통증이 커졌어요. 드디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됐네요.”

박씨는 1995년부터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기 시작해 세 학교를 거쳤다. 17년을 일한 첫 학교는 매우 열악했다고 회고했다. 가건물로 급식실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급식실도 휴게실도 샤워실도 좁았다. 조리실 창문도, 환풍기도 집에서 쓰는 것처럼 작았다. 조리사 1명당 학생 150명을 담당했다. 그 다음 학교는 지대가 높아서 그나마 환기가 잘 됐다. 마지막 학교는 환기가 너무 안 됐다. 후드가 고장나서 고쳐 달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근종 때문에 아팠지만 병원을 갈 수 없었다. 대체 인력이 없어서 동료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방학만을 기다렸다. 2019년도 1월에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런데 의사는 폐가 이상하다며 CT를 찍으라 했다. 폐암 1기라고 했다. 2월에 수술을 했는데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그 후 2년 반 만에 폐암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전이 됐다.

기자회견장에서 못한 말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급식실 위생만 점검하지 일하는 환경은 전혀 신경을 안 써요. 매년 하는 건강검진에서도 폐암을 못 잡아 냈어요. (소송에서 이기면) 아무래도 정부가 조리환경 개선에 신경을 쓰지 않을까요. 그동안 폐암 걸릴 때까지 아무 관심도 조치도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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