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1일 오전 고 양회동 지대장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벙원 장례식장 앞에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 2일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숨졌는데도 정부·여당 ‘노조 때리기’와 ‘노조 불법몰이’는 멈추지 않고 있다.

건설노동자 분신·사망에도 정부·여당이 ‘차질 없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고용노동부까지 노사관계 불법행위를 점검하겠고 엄포했다.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면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 때까지 장례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정이 벼랑끝 대치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여당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2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 후속 조치로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특별단속 유지, 노동부도 집중점검
편법 작업 요구·불법 하도급 근절 대책은 “…”

당정협 대책의 초점은 건설노조 활동 위축에 맞춰져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받지 않는 대신 편법 작업 요구를 거절하는 것을 태업으로 보고 자격정지를 하는 행정처분에 더 속도를 내고, 5개 법률 개정안에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특별사법경찰을 건설현장에 도입해 불법 하도급과 노조의 채용 요구를 단속·수사하는 계획도 있다. 고 양회동 지대장 분신·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경찰의 200일 특별단속도 예정대로 6월25일까지 진행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편법 작업 요구 근절대책이나 불법 하도급 문제를 해소할 구조적인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대책도 노동자 보호 대책으로 내놨지만 전자카드제나 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 같은 내용으로, 전 정부에서 이미 시행한 정책이다. 구조적 해결책이나 실효적인 노동자 보호 대책은 소홀하고 노조활동을 위축할 처벌조항만 잔뜩 대책으로 내놓은 셈이다.

노동부도 발을 얹는다. 노동부는 12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건설현장 채용 강요와 노사관계 불법행위를 점검·기획감독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당정협 후속조치를 내놨다. 국토부를 통해 신고받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사례를 비롯한 전국 건설현장 50곳에 대해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와 위법한 단체협약, 집단 임금체불 같은 내용을 감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법상 쟁의행위를 공사방해나 위력행사로 본 국토부의 해석을 바로잡는 내용은 없다. 노동자 분신·사망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노조를 ‘건폭(건설폭력배)’이라고 지목한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건설노조 압박수사에 모멸감을 호소하며 분신한 고 양 3지대장 사건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었다.

건설노조 16·17일 전 조합원 대통령실 앞 집회

이런 가운데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 노조는 16·17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퇴진운동을 본격화한다. 노조 조합원은 약 8만명이다. 이후 투쟁계획은 15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결정할 방침이다. 노조는 고 양 3지대장이 2일 사망한 뒤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 퇴진운동을 공식화했다. 민주노총도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인 10일 퇴진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본격적인 투쟁 국면이 막을 올리면서 노조는 일정 성과를 낼 때까지 고 양 3지대장 장례도 미룬다. 장옥기 위원장은 “파렴치범으로 몰린 고인의 명예회복이 우선”이라며 “퇴진운동이 일정하게 성과가 있을 때 유가족과 상의해 적절한 장례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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