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분신으로 숨진 양회동(50)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빈소가 서울대병원에 마련되면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족은 장례 일정을 노조에 위임한 상태다.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노조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파업 상경투쟁 등 수위를 올릴 예정이어서 향후 노정 갈등 국면이 격화될 전망이다.

고인 친형 “정당한 노조활동 했을 뿐 사적 이득 취하지 않아”

7일 노동계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유가족에게 장례 절차를 위임받은 뒤 지난 4일 양씨 빈소를 강원도 속초에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겨 조문을 받고 있다.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와 오준호 같은당 공동대표, 신지혜 서울시당위원장이 조문했다. 지난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건설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양회동 열사의 유지를 잇기 위해 16일부터 17일까지 파업 상경투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파업 상경투쟁의 구체적인 일정은 10일 전국 47개 지역지부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중앙위원회 회의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10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선포 결의대회를 연다.

노조는 또한 고인이 유서를 남긴 원내 야 4당에 건설노조 탄압 중단과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건설노동자의 안정적 고용대책 같은 제도 마련에 힘쓸 것을 요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경질도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지난 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구속된 조합원 석방을 촉구했다. 조합원 5천명이 모여 서울역에서 집결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노조는 4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를 연다.

6일 저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양씨의 형인 회선씨는 “동생의 명예회복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유가족 중 처음 공개 발언을 했다. 그는 “제 동생은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을 뿐 개인적인 이득은 결코 취하지 않았다”며 “(동생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으면서 함께 일하는 세상을 꿈꿔온 만큼 동생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불법하도급 만연한데, 노조 때리기만 몰두하는 정부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1일 오전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일 사망했다. 지부 간부 2명과 함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법원은 1일 양씨 포함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애초에 건설산업 노사관계의 특성과 현장의 관행을 도외시한 채 건설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시적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고용구조 탓에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고용기회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활동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건설현장의 인력 공급 경로는 일반적인 채용 절차와는 차이가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2022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구직경로를 보면 ‘인맥’이 7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개를 빌미로 일당의 일부를 떼어가는 중간착취와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피해가 비일비재하다. 광주 학동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당초 책정된 해체공사비는 3.3제곱미터당 28만원이었는데 하도급에서 10만원,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4만원으로 삭감됐다. 이렇게 삭감된 공사비는 무리한 원가절감과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고 안전사고 위험도 키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체협약으로 고용안정 등을 요구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물론 도를 넘어선 업무방해 같은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겠지만 정부 대책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건폭’으로 규정하며 불법행위 엄단을 주문하면서 건설노조에 대한 집중 수사가 이어졌다. 노조는 정부와 여당의 “건폭” 같은 노조혐오 발언과 수사당국의 ‘답정너’식 수사를 비판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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