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건설노조 간부 분신 사망에 분노한 건설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행진을 벌였다.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4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구속노동자 석방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일 끝내 숨진 양회동(50) 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추모하고 죽음의 책임을 정권에 물었다. 고인의 빈소는 이날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노조장으로 엄수한다.

“고 양 지대장 자녀, 아버지 같은 일 재발 않도록 해 달라 호소”

이날 결의대회는 정오께 서울역에서 집결한 노조 조합원이 서울시내를 행진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이동한 뒤 치렀다. 전국에서 5천여명의 간부가 집결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정권이 자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살해행위를 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권이 건설노동자를 탄압하고 공갈협박범이라며 존엄을 말살하려 하니 얼마나 분하고 억울해 고 양 지대장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겼겠느냐”고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고 양 지대장의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자”고 덧붙였다.

고 양 지대장과 함께 지부에서 활동했던 노조 간부들은 이날 단상 위에서 울먹였다. 김현웅 지부 사무국장은 “건설현장에서 양 열사가 마주한 공안탄압은 실로 노동자가 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노조가 정당한 교섭을 요구하고 만남을 촉구해도 사용자쪽은 시간이 없다며 혹은 녹음기를 켜고 협박하는 것이냐며 따지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현재 지부 조합원 1천명 가운데 600명이 실직했고 일상적인 생계의 위협과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을 지키는 투쟁을 했다는 자존감을 ‘공갈’이라며 무참히 짓밟아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진보정당 “국회 차원 대응” 한 목소리
분신 이후에도 건설노조 압수수색·구속 지속

정의당·진보당·노동당은 이날 녹색당과 함께 결의대회에 참가해 국회 차원의 대응을 약속했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야 4당 공동 대책위원회를 제안했다”며 “정치가 할 일은 국민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대응을 강구하고 무고한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국회 상임위원회에 소환해 탄압 중단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김혜미 녹색당 부대표는 “자유를 수없이 강조한 정부가 왜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유를 주장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삭제하느냐”며 “노동자의 기본권이 부정당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존엄한 사회를 위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고 양 지대장의 분신 이후에도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는 지속했다. 1일 분신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경찰은 창원건설지부를 압수수색 하고 부울경건설지부장은 구속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조를 통해 건설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통해 건설노동자가 노가다 막장 인생이 아니라 노동자로 살 수 있도록 변화시켜 왔다”며 “정부는 그것을 불법으로, 비리로, 폭력으로 매도하고 갈취범으로, 공갈범으로, 파렴치범으로 내몰아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투쟁 앞자리에 서는 건설노조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공식화하면서 노동계와 정권의 파열음은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사실상 건설노조를 표적으로 경찰 특진을 내걸고 수사를 벌이는 등 가운데 노동자 분신 사망으로 이어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장 건설노조는 오는 7월 민주노총 총파업에 총력대응할 방침이다.

신자유연대 이날도 ‘맞불 집회’
정견 등 내용 없이 “민주노총 반대” 무한반복

이날 결의대회는 당초 충돌이 우려가 컸지만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노조는 고 양 지대장의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강경투쟁은 삼갈 계획이다.

▲  결의대회장에서 불과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신자유연대가 맞불 집회를 열어 소음이 극심했다. <이재 기자>
▲  결의대회장에서 불과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신자유연대가 맞불 집회를 열어 소음이 극심했다. <이재 기자>

그러나 결의대회장에서 불과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신자유연대가 맞불 집회를 열어 소음이 극심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신자유연대 집회장에는 인파가 많지 않았지만 신자유연대는 반복적으로 “귀족노조 해체” “민주노총 해체” “건설노조 해체”를 확성기로 외치면서 결의대회 참가자들을 조롱했다. 간간이 집회장에서 벗어난 조합원을 상대로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특히 결의대회 참가자가 발언할 때 더욱 확성기를 높여 진행을 방해했다.

4일 오후부터 조문행렬
노조, 매일 밤 추모 문화제

한편 이날 노조는 유가족과 협의해 고 양 지대장의 시신을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으로 운구하고 빈소를 차렸다. 당초 유가족은 가족장을 원했으나 분신사망 이틀 뒤 입장을 바꿨다. 고인이 가족 외에도 노조와 원내 야4당에도 유서를 보내고 윤석열 정권 퇴진과 구속노동자 석방 같은 사회적 의제를 강조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고심 끝에 노조장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장례식장 조문을 받았다. 서울 도심 곳곳에 분향소도 차릴 계획이다. 노조는 이날 저녁부터 매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추모 문화제를 연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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