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노조탄압 중단과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제2, 제3의 양회동이 수두룩해요. 건설현장은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다 굶어 죽게 생겼어요. 그러니까 나왔죠”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친 건설노동자 최아무개씨의 말이다. 인천에서 일하는 그는 최근 정부 차원의 ‘건폭(건설폭력배)’몰이 광풍이 불면서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 조합원의 건설현장 출입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체결한 고용협약조차 휴지조각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 역시 경찰로부터 7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고용 요구하고 전임비 달라면서 협박·공갈을 한 거 아니냐는 말을 7시간 동안 되풀이하면서 유도하더라고요. 그만하자 했어요.” 그는 단상 위 사회자의 외침에 “정권이 죽였다”는 구호를 크게 외쳤다.

장옥기 위원장 “건설자본 해결사 자처한 정권”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부터 남대문까지 4개 차로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약 2만5천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절 아침 윤석열 퇴진과 구속노동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스스로의 몸에 불을 댕긴 고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유지를 이어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옥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과 건설자본이 건설현장을 노조 설립 이전으로 되돌리려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1년 만에 서민의 삶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건설현장은 오직 건설자본의 이익만을 위했던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건설자본의 민원해결사, 자본의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정부의 탄압이 극에 달하고 노조가 피어린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를 파괴하고 있다”며 “양회동 열사의 불씨가 횃불이 돼 건설자본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강력한 현장투쟁을 벌여 현장을 멈추게 하고 건설자본과 윤석열 정권을 양회동 열사의 영정 앞에 무릎 꿇리자”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권이 건설현장 불법행위의 배경으로 노조를 지목하면서 가장 수가 많은 건설노조는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 1월18일 건설노조 광주전라타워지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6일 현재까지 16차례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소환조사 대상은 1천27명에 달하고, 구속인원은 16명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6일부터 6월25일까지 건설노조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수사 뿐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월례비 요구를 집중 공격하면서 현장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형해화하는 조치까지 꺼냈다. 현장에서 조종사가 안전한 작업이 어렵다고 여길 때 작업을 거부하는 작업중지권을 지시에 불이행하는 태업으로 보고 자격정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를 사용자단체로 보고 과징금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사용자단체임에도 금지행위를 했다며 2차례에 걸쳐 과징금 2억6천900만원을 부과했다.

정권 공격 집중된 건설노조, 반 정권 투쟁 구심점 되나

정권 차원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건설노조는 반 윤석열 정권 투쟁의 선봉이 되는 모양새다. 이날 건설노동자들은 제2의 양회동을 막기 위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양섭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장은 “지켜야 할 국민에게 있지도 않는 죄를 뒤집어 씌워 가족의 품에서 떠나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내는 이 나라가 제정신이냐”며 “여기 있는 누군가가 제2의 양회동이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살인정권이 제2의 양회동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고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도 정권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들 정당은 고 양 3지대장이 유서를 남긴 정당이다. 박주민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고 양 3지대장 죽음은 윤석열 정부가 행한 국가폭력의 결과물”이라며 “고 양 3지대장의 죽음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적 사과를 요구하고, 무리한 수사를 당장 중단할 것과 수사를 총괄한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 등도 윤석열 정권 책임을 밝히는 데 공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17일에도 집회 “건설노조 사수가 민주노총 사수”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본격화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화장실조차 없는 열악한 건설현장을,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면 실업자가 되고 공휴일에도 실업자가 되는 건설현장을 건설노조가 바꿨다”며 “윤석열 정권은 다시 임금을 떼여도, 다치고 죽어도 떨어져도 모른 체 하고 주는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예 같은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건설노조를 지키는 게 민주노총을 지키는 것”이라며 “건설노조의 이틀간 총파업 투쟁에 내일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는 경찰과 건설사들의 견제 속에 열렸다. 건설노조는 당초 본대회를 마친 뒤 서울 각지에서 노숙을 하면서 투쟁을 이어가고, 17일 민주노총 집회에 결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당초 세종대로쪽 집회신고를 퇴근시간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오후 4시까지만 허용했고, 서울 도심 각 곳에 대한 집회는 모두 불허했다. 또 전국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건설노조와 현장 노동자에게 공문과 안내문자를 보내 집회에 참여하면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 1박2일 상경투쟁을 내건 건설노조는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부터 4개 종교 추모기도회와 7시 10·29 이태원 참사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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