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을 선언한 건설노조가 분신·사망한 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조사과정의 기획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사건 관계자의 진술을 왜곡해 전임비 갈취 혐의를 씌웠다”며 “장시간 압박수사와 무리한 형법 적용 등 기획·조작수사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찰이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200일 특별단속에 나서면서 건설업체에 정해진 진술을 요구하고 다닌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경찰의 사업주 피해신고서를 보면 “채용강요나 월례비를 달라고 할 때 ‘채용 안 하면 집회하겠다’ 등등 노조원들이 겁을 준 내용을 작성해 주시면 좋습니다”고 쓰여 있다. 피해신고서는 공란으로 놔둬야 하는데 경찰이 예시를 써 놓고 사업주들 답변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채용현황 답변 예시에도 “민주노총 형틀 팀 20명, 시스템 14명, 해체 10명, 정리 10명” 등 구체적으로 민주노총을 지목하고 있다. 노조는 이런 피해신고서가 고발장 양식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단속을 한다면서 혐의사실을 ‘답정너’식으로 끼워 맞춘 정황이라는 주장이다.

노조는 또 경찰이 구체적 혐의 없이 소환조사를 해 조합원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3월 조합원에게 보낸 출석요구서를 보면 조사할 사항으로 △노조활동 방법 △노조원 채용 조건·순서·규모 등을 적시했다. 소속 조합원 타워크레인 기사 채용과 관련된 전반적 사항으로 광범위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혐의점 없이 노조활동을 직접적인 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고 양 3지대장 조사 과정에서는 진술조작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고 양 3지대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섭에 관여하고 실제 철근팀장으로 일했다. 교섭 과정에서 2차례 집회를 했고 또 다른 노조간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에 따른 전임비를 받았다. 이 건설현장의 한 건설사 사장은 경찰 조사에서 압박이나 강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 진술이 뒤집혀 ‘전임비 갈취’라고 기재됐다. 해당 사장은 고 양 3지대장 분신 이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강요가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당신들(경찰) 때문에 사람을 죽인 꼴이 됐다”고 항의했다.

노조는 고 양 3지대장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 해산 △5월 국회 건설노동자 고용개선 법안 제·개정 △건설현장 고용개선 협의기구 출범을 요구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200일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경찰이 건설업체에 배포한 피해신고서. 건설노조는 고발장과 같은 양식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건설현장 불법행위 200일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경찰이 건설업체에 배포한 피해신고서. 건설노조는 고발장과 같은 양식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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