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차휴가·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방해 같은 사용자의 위법 행위에 대한 단속과 근로감독을 지시했다. 노동관계법에서 보장하는 기초 노동질서조차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 69시간(주 6일 근무 기준)’으로 지칭되는 노동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자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정책점검회의에서 온라인신고센터에 접수된 노동시간 관련 사건에 대한 감독을 조속히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장시간 노동 근로감독도 조만간 착수하라고 덧붙였다.

정부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소위 공짜노동으로 상징되는 근로시간 위반, 임금체불과 함께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인 연차휴가·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 또는 불이익을 주는 위법하거나 잘못된 기업문화에 대한 청년 등 국민의 우려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의식·관행 개선이 동반돼야만 제도개선 취지가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이 많으면 몰아서 하고, 없으면 쉬자는 취지의 정부 노동시간제 개편안이 작동하려면 잘못된 기업문화 개선이 동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근로감독에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방해와 사용 이후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포함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장관은 현장 사용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뒤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강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몰아서 일하는 방식의 노동시간 제도가 도입되면 저출생 문제를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정식 장관은 정기·수시감독을 할 때 사업장 노동시간 실태를 파악하고, 포괄임금·고정수당 기획감독 사례를 분석해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노동부는 출·퇴근기록 관리 의무화를 포괄임금제 근절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책을 추가·보완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노동계 반응은 냉랭하다. 노동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노동시간 개편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사전 작업용도로 활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장관이 할 일은 정부의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이 섣부른 정책이었음을 시인하고 폐기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자 휴식권 보장과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 장관 발언은 그동안 노동부가 사업장에서 행해지는 불법을 제대로 감독하고 처벌하지 않았다는 양심고백”이라며 “홍보와 이해의 문제로 치부해 노동시간 개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대전제 아래 기형적 노동시간·임금·고용 문제를 포괄하는 진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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