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도록 노동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강조한 고용노동부의 공무원들은 정작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8개 부처 가운데 연차휴가를 가장 적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
노동부 46.8%, 전 부처 평균 31.7%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개 부처로부터 지난해 연차휴가 사용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했더니 노동부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은 46.8%로 압도적 1위였다. 18개 부처 평균 미사용 비율(31.7%)보다 15.1%포인트 높았다.

이 의원은 각 부처의 지난해 연말 기준 일반직 고위공무원에서부터 9급 공무원까지 직급별 평균 법정 연가일수와 실제 연가 사용 일수를 제출받았다. 각 부처가 연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정하는 권장연차휴가일수도 확인했다.

18개 부처 중 노동부는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일터 1위였다. 9급 이상 공무원에 부여된 노동부의 평균 연차휴가일 수는 18.4일이었다. 실제 사용한 휴가는 9.8일로 나타났다. 사용하지 않은 일수(8.6일)로 살펴본 미사용 비율은 46.8%다. 부여된 연차휴가의 절반가량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는 최대 주 69시간(주 6일 기준) 근무가 가능한 제도개편을 추진하면서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게 하려는 취지”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연차도 제대로 못쓴다”고 호소했는데, 노동부 공무원들이 딱 그런 처지인 셈이다.

전체 부처와 비교하면 쉬지 못하는 노동부의 위치가 보다 선명하다. 18개 부처의 평균 연차휴가일 수는 19.6일로, 이 중 13.4일을 사용했다. 평균 미사용 비율은 31.7%다. 연차휴가 사용이 가장 자유로운 것으로 보이는 부처는 외교부로, 미사용 비율은 13.8%다. 노동부에 이어 쉬지 못하는 2등 부처는 중소벤처기업부다. 부여된 연차휴가(20.3일) 중 12.4일을 사용했다. 9.8일밖에 사용하지 못한 노동부와 비교해 2.6일 더 사용했다.

쉬지 못하는 일터 분위기 조성된 노동부
임금노동자 평균 연차휴가 사용 11일과 엇비슷

부처별 연차휴가 사용 현황을 직급별로 살펴봤더니 4급 이상 공무원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부처 전체의 연차휴가 미사용 비율이 덩달아 높은 경향이 확인됐다. 상급자가 쉬지 않으니 하급자도 쉬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노동부 4급 이상 공무원에 부여된 평균 연차휴가일은 19.6일이지만 실제로는 8.6일만 사용했다. 미사용일 비율은 56.1%다. 반면 환경부는 부여된 평균 연차휴가일(20.4일) 중 15.9일을 사용했다. 미사용일 비율은 4.54%에 그쳤다.

이처럼 연차 사용에 소극적인 노동부는 정작 연차휴가 사용 목표는 높게 잡았다. 지난해 외교부(18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일을 목표로 정했는데 실제로는 9.8일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목표치를 달성한 부처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처도 있지만 노동부는 목표와 사용에서 괴리가 가장 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을 목표로 삼아 12.4일을, 국토교통부는 16일을 목표로 삼아 12.6일을 사용했다. 대체로 목표 미달성 부처의 목표치와 사용일수 간격은 2~3일 사이에 형성돼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7일 이상 차이난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의 근로자 휴가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상용직의 연차휴가 사용일 수는 11.6일, 특별휴가는 1.0일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서 지난해 임금근로자에 주어진 연차휴가는 17.03일이지만 실제로는 11.63일만 사용했다. 중앙부처 공무원 중 가장 쉬지 못하는 노동부와 임금노동자의 연차휴가 사용실태가 엇비슷했다.

이수진 의원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라며 주 69시간제 노동시간 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부가 정작 소속 공무원은 법정 연차휴가일 절반가량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노동부는 이제라도 과로사 조장 주 69시간제 추진안을 즉시 폐기하고 직원부터 먼저 쉴 수 있는 환경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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