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 절반은 출산휴가·육아휴직·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비정규직·5명 미만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약자에게 휴가 사용은 ‘그림의 떡’이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출산휴가·육아휴직·돌봄휴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26일 밝혔다.

출산휴가(산전후휴가)의 경우 10명 중 4명(39.6%)은 자유롭게 쓰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56.8%), 5명 미만 사업장(62.1%), 월 150만원 미만(55.0%), 20대(45.5%), 일반사원(51.5%), 비조합원(43.3%)의 응답률이 높았다. 다른 휴가 사용에 대한 반응도 비슷했다. 육아휴직은 직장인 45.2%가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비정규직(58.5%), 5명 미만 사업장(67.1%), 월 150만원 미만(57.8%), 20대(48.9%), 일반사원(55.0%), 비조합원(49.5%)의 제약이 가장 컸다.<그래프 참조>

가족돌봄휴가의 경우 53%가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비정규직(63.5%), 5명 미만 사업장(67.7%), 일반사원(62.5%), 비조합원(57.7%)이 돌봄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이번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윤석열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일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쉬라고 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노동약자’라고 지칭하는 노동자들이 ‘쉴 때 쉬는’ 것은 불가능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직장갑질119와 우분투재단은 “주 69시간제는 말할 것도 없고 주 60시간 일하면 주 5일 내내 아침 9시 출근해 밤 11시에 퇴근해야 한다”며 “아이를 돌보기 위해 더 일찍 퇴근하려면 토요일까지 주 6일 근무도 각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소멸국가’ ‘멸종국가’로 향해 가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라며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도를 주 60시간으로 늘릴 게 아니라 주 40시간으로 줄여야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아이 낳고 기를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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