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노사정 모두 코로나19로 울고 또 울었던 2020년이었다. 2월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은 노동시장에 유례없는 형태의 고통을 안겼다. 강제적인 국경 폐쇄로 인적교류가 끊기며 항공·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면으로 이뤄지는 서비스업에는 1년 내내 한파가 몰아쳤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용직 노동자는 실업급여와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고, 특수고용직·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은 일터에서 내몰렸다. 사회안전망 곳곳에 숭숭 파인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가 촉발하게 된 배경이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정은 머리를 맞댔다. 민주노총 제안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밖에서 진행된 사회적 대화의 끝은 깔끔하지 못했다. 내부 진통 끝에 민주노총은 최종 합의에 불참했고, 이를 주도했던 김명환 위원장은 사퇴했다. 깊은 인상을 줬는지 김 위원장은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사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2020년 10대 노동뉴스’ 설문조사를 했다. 올해 발생한 주요 노동사건 58개를 제시한 뒤 응답자가 10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의 인물은 주관식으로 설문 참여자들이 직접 작성했다.

10대 뉴스 중 4개가 코로나19 관련 내용
ILO 협약 관련 노조법·전교조 판결 상위권

노사정·전문가들은 올해 최고의 노동뉴스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충돌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노동시간 유연화 담은 근로기준법 나란히 국회 통과”를 꼽았다. 80명이 선택했다. 노조법 개정으로 실업자·해직자의 노조 가입이 자유로워졌지만, 이들은 기업별노조 대의원이나 임원은 될 수 없다. 근로자가 아닌 자, 이를테면 프리랜서 등의 노조 가입은 여전히 금지돼 ILO 기본협약 정신과 상충한다. 국제 노동기준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노조법 개정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지만 논란도 여전하다. 10대 뉴스 순위에는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4개나 올랐다. “비정규·특수고용·프리랜서 등 취약계층 노동자 먼저 덮친 코로나19 고용충격”이 62표로 2위, “코로나19 여파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 불붙어”가 48표로 5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덮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정부 전 국민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이 각각 공동 6위(41표)·공동 10위(30표)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52명이 선택해 3위에 오른 뉴스로 꼽혔다.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특수고용직 노동 3권 보장·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달성해 국회로 넘어간 사건도 기억에 남은 사건이다. 49명이 선택한 4위다.

“김용균법으로는 역부족, 김미숙 어머니 단식농성 돌입”은 41표로 공동 6위, “택배노동자 잇따른 죽음, 과로사 개선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출범”은 39표로 8위를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노동자를 청원경찰로 직접고용을 추진한 사건도 33명이 선택해 9위에 올랐다. 공동 10위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30표였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올해의 인물 ‘김용균·김미숙’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 다득표

올해의 인물 1위에는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현직이 아닌 전임 총연맹 임원이 올해의 인물 상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33명이 선택했다.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민주노총 내홍이 노사정·전문가 사이에 각인된 것으로 추측된다. 2위는 올해 임기를 시작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27표를 받았다. 여당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을 지휘하는 등 노동 사안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4위는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3위는 그의 어머니 김미숙씨다. 각각 23명, 24명이 이들을 꼽았다. 모자는 지난해에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김용균씨 표가 더 많았는데 올해는 순서가 바뀌었다. 위험의 외주화로 희생당한 아들과 같은 죽음이 반복하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을 이끌어 냈던 어머니는 올해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요구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다. 두 사람이 받은 표를 더하면 47표, 사실상 올해의 인물 1위다.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씨와 전태일 열사는 각각 23표를 얻어 공동 4위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각각 11명이 선택해 공동 7위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9명이 선택한 공동 9위로 지난해(15표, 6위)보다 관심도가 떨어졌다. 택배노동자를 꼽은 이도 9명이나 돼 공동 9위였다. 10위 순위 밖인 필수노동자(4명)·쿠팡노동자(1명)·플랫폼 노동자(1명)와 택배노동자를 더하면 15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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