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재재난참사 유가족과 시민

“다른 법안들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혼자서도 처리하면서 왜 유독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은 국민의힘과 논의해야 하며, 왜 재계 눈치를 봐야 합니까. 분이 납니다. 더이상 일하다 죽지 않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28일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울분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5월 광주 하남 산단에 위치한 ㈜조선우드에서 작업하던 중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숨진 고 김재순씨의 아버지 김선양씨 목소리다. 김선양씨는 이날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에 결합했다.

김선양씨만이 아니다. 고 김동준씨의 어머니 강석경씨,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 등 산재 피해 노동자 유가족 3명과 현린 노동당 대표, 김태연 변혁당 대표, 이진숙 충청남도 인권위원장도 이날부터 국회 정문 앞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비롯한 시민·노동·정치계 인사들이 진행 중인 단식 농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김미숙씨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로 18일째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중이다.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22일째 국회 정문 앞에서 단식하고 있다. 김주환 위원장과 단식농성을 함께 시작한 이태의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단식을 중단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태의 부위원장은 지병을 숨겨 가면서까지 참고 단식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갔다”고 전했다.

고 김동준씨는 CJ제일제당에서 현장실습 중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다 2014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김태규씨는 지난해 4월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 5층 높이 화물용 승강기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날 유족들은 운동분부가 연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안 그대로 제정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도현씨는 “건설현장에선 간단한 안전장치가 없어서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우리 태규가 일했던 현장에서도 추락방지 시설 없이 문도 닫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운행했고 지게차도 신호수 없이 운행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그런데도 건설업계는 ‘안전사고가 모두 (노동자)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이는 사람이 죽어도 벌금 432만원 내면 끝나는 법으로 할 일 다했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 탓”이라며 “저도 오늘부터 밥을 굶으며 법이 통과될 때까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강석경씨도 “외치고 외치다가 힘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이렇게 단식을 하며 호소한다”며 “일하다 죽지 않는 법을 조속히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4일 오전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심사를 시작했다. 법사위는 각 부처의 의견을 취합한 정부안을 이날까지 법무부에서 받아 29일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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