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지난 6월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재난시기 해고금지와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2025년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시행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지난 23일 정부합동으로 “모든 취업자를 실업급여로 보호하겠다”며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했다. 코로나19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에도 불을 붙였다. 특수고용직·프리랜서·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게 사회안전망이 없는 것이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를 목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보험은 1995년 도입돼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 코로나19에서도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상황에서 노동자 76만명에게 고용유지지원금 2조1천억원과 실업자 160만명에게 구직급여 10조9천억원을 각각 고용보험에서 지급했다.

문제는 고용보험 밖에 있는 취업자다. 상용직 임금노동자만을 가입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으로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자영업자 같은 취업자를 지원하지 못했다. 정작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는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민주노동당에서 제기한 바 있다. 올해 들어 4월 총선에서 민중당(현 진보당)이 처음 공약으로 내걸었고, 총선을 거치면서 정치권에서 화두가 됐다.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여론이 높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 기초를 놓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단계적 추진 방식을 제시했다.

결국 이런 방향에서 정부가 이번에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 10일부터 예술인을 시작으로, 내년 7월부터 특수고용직 중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14개 직종(1단계), 2022년 1월부터 플랫폼 노동자 중 사업주 특정이 쉬운 직종(2단계), 같은해 7월부터 나머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3단계)를 거쳐 2025년부터 자영업자를 고용보험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높다. 백신이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코로나19는 내년에도 위력을 떨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고용보험 밖 취약계층의 고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위기와 기후위기, 기술변화로 인해 세상은 급속도로 빨리 가고 있는데 정부는 좁은 길로 천천히 가지 말고 넓고 빠른 길로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라는 노동계 요구가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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