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거의 보도가 안 되고 있는 반면, 무엇이 문제라는 의견은 난무하고 있다.이 법에 관한 상세한 해설을 보려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에 무료로 배포한 200쪽 남짓의 해설서, 같은해 8월에 무료로 배포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가이드북을 보면 된다. 다만 당장 현장에서 이 법을 활용해야 하는 노동자, 노동조합이 살펴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 법을 노동자, 노동조합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짧게 정리하고자 한다.상식적인
올해에는 지난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에 따라 새로 시행되는 제도가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산재보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선에서 산재보험제도 개선이 쟁점이 될지도 주목된다.◇직장복귀계획서=산재보험법에 지난해 5월18일 신설된 ‘직장복귀 지원’ 규정(75조의 2)이 이달 1일부로 시행됐다. 공단은 “1.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경우, 2.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요양 종결 후 제1급부터 제14급까지의 장해등급에 해당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생명 지키기’를 3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정하고 2022년까지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를 반으로 줄이기에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런데 건설안전특별법안은 두 번째 발의됐음에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첫 번째는 관련 부처가 반대해서, 이번에는 보호해 주고자 했던 건설업계의 반대로 제정이 무산된 것이다. 이 법안은 건설근로자 38명이 사망해 국격까지 실추시킨 2020년 4월29일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화재사고 뒤 “노동자의 죽음이 일상화된 건설현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
2022년은 대통령선거·지방선거가 연이어 있는 소란하고 정치적인 한 해가 되겠지만 한편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원년이기도 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달 27일 시행된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일터에서 다치고 병들고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한 해 한 해 노동자들에게 더 안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필자는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기업의 도덕성, 정부의 관리능력(정치의 작동), 과학기술의 위험통제력, 전문가의 책무, 언론·시민사회의 감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그리고 지금처럼 겨울임에도 따뜻한 날과 추운 날이 혼재한 시기에는 어김없이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질병에 관한 상담이 많이 온다. 뇌심혈관질병은 뇌 또는 심장혈관이 막히거나(경색) 터져서(출혈) 발생하는 질병을 말한다. 뇌경색·지주막하출혈·뇌실질내출혈·심근경색증 등이 있다. 근로복지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만 1만5천874명이 뇌심혈관질병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그러나 피재근로자와 그 유족들을 대리해 뇌심혈관질병을 신청하는 대리인의 입장에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해 근로자
충주시·안전보건공단·건국대 3자 간 협약을 통해서 안전보건공단 충북북부지사가 10월21일 충주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내에 사무소를 열었다. 그동안 충주지역 및 충북 북부권은 안전보건의 불모지였다. 산업안전보건 관련 민원·서비스 등을 지원받으려면 1시간 이상을 청주시 혹은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했다.전국적으로 사망사고가 감소추세를 보인 가운데 충북 북부권은 27%나 급증했고, 3년간 58명의 노동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안전보건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다.충주시와 건국대·공단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이제 한 달여가 지나면 시행된다. 그러나 아직 시행조차 되지 않은 이 법을 뒤흔들기 위한 반격의 조짐이 보인다. 신호탄은 유력 대선 주자가 쏘아 올렸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기업인들의 경영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며 기업경영에 큰 걱정이 없도록 자신이 집권하면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래서일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산업안전 관련 사업주 처벌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주요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을 통해 “세계에서 제일 센 한
최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법률자문이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업무용 차량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재해예방과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가 많다.업무로 자동차를 운행하다 발생한 사고는 원칙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에 해당한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된다.업무용 자동차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처벌을
2020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불인정(일부 인정 포함) 사건 7천474건 중 불과 23.3%만이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를 제기했다. 산업재해재심사위원회에서 기각되면 이미 2~3번이나 불승인 판정을 받은 절망적 상황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소송을 포기한다. 경제적·정신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업무상 질병 불승인이다. 이를 해결할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소송과 실무적 대응 방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우선 판정기관별로 업무상 질병의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재심사위는
최근에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피하려면 대표자를 대신해서 안전보건만 전담하는 직위(예를 들어 ‘안전보건이사’)를 별도로 만들고, 대표자는 아예 그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처벌을 피할 것이라는 의견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다. 사실 전혀 새로운 의견은 아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공장장이나 현장소장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된 경우라면, 대표자가 그 현장에서의 안전보건의무 위반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고의가 없다’고 봐 형사책임을 면해 왔다. 반대로 대표자가 관여한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중에도 직장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언론과 국민신문고를 분석한 결과 올해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이 18명이라고 밝혔다. 2019년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지만, 직장내 괴롭힘이 근절되기까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한 것 같다.직장내 괴롭힘 원인은 크게 조직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으로 나뉜다. 조직적 요인은 직무특성·조직문화·리더십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무특성에서는 구성원이 업무수행시 시간
12월20일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따뜻한 고국으로 돌아갈 항공편을 예약해 두고 그는 코리아의 혹한과 매정함 속에 (집이 아닌)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홀로 피를 토하며 숨져갔다. 식도정맥류가 생길 정도로 간경변이 진행된 노동자가 사망 며칠 전까지 농사일에 시달리며 난방조차 제대로 안 되는 비닐하우스에서 한겨울을 지내왔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얼어 죽은 것은 아니다’라는 추정과 책임없음을 강변했던 한국 사회의 잔혹에 대한 성찰은 여전히 부족하다.그런 와중에 캄보디아 농업노동자119의 출범은 의
지난 6월 광주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버스 승객 17명이 유명을 달리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했다는 정황이 발견되는 등 안전 관련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특히 근로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둔 시점에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동시에 이번 사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지난해 4월 이 지면을 통해 대양그룹 노조파괴 사건과 관련해 ‘노조파괴는 노동자를 병들게 한다’는 글을 쓴 지 1년7개월이 지났다. 당시 사건은 우리나라 굴지의 제지사에서 벌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2020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택환 대양판지 대표이사는 노동조합에 개입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만약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호언장담했다.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용노동부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노동부의 기업노조 직권취소 결정이 나온 데 이어 광주지법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인기가 대단하다. 등장하는 배우들과 소품, 놀이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회자되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한때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에 나오는 한국의 전통놀이를 따라 하는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나라마다 종교와 소득·문화 등이 다른데도 이런 장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의 집 안방에 들어가 떡하니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는 격이 됐다. 고작 몇 시간 분량밖에 안 되는 드라마 한 편이 순식간에 이런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게 어떻게 가능할
‘도로 위를 질주하는 무법자’. 고속도로를 누비는 집체만한 화물차를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장롱면허인지라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다. 누군가의 차를 얻어 타고 조수석에 앉아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화물차가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칠 때면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된다. 혹여나 화물차가 차선을 변경해 시야를 가리면 답답함뿐 아니라, 저 차량에 실린 화물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겠지 하는 두려움도 때때로 느낀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던가. 마찬가지로 화물차 운전노동자들의 아찔한 질주에도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런 속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연간 업무상 사고 사망자의 약 80%가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고 법이 안착하려면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가 가장 주요한 과제임은 부정하기 어렵다.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법은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의무의 일환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내년 1월27일 시행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에 관해서 치열한 논쟁이 있어 왔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가지 논쟁이 있다 보면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알아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놓치기가 쉽다. 최근에 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서 비로소 도급인의 처벌이 가능해지지 않았냐는 질문을 여러 곳에서 받았다. 아무래도 이 법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① 하청이 아닌 원청 도급인의 책임 ② 현장소장 등 실무자가 아닌 경영책임자의 책임 ③ 상한형이 아닌 하한형의 규정을 강조하다 보니, 기존 법으로는 원청 처벌이
최근 5년간 정신질환 산업재해 판정을 보면 2017년 신청된 213건 중 126건, 2018년 268건 중 201건, 2019년 331건 중 231건, 2020년 581건 중 396건, 올해 5월까지 294건 중 217건이 승인됐다. 정신질환 산재신청은 2019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인정률은 70% 정도다. 이런 외형적인 신청건수와 인정률 이면에 근로복지공단의 정신질환 산재 조사·판정은 문제가 여전하다.일단 지역별 인정률 편차가 너무 크다. 자살사건 판정 소요기간은 2019년에 257일로 매우 길었다. 이로 인해 서울업
얼마 전 직장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직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너의 안전철학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안전철학? 26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웬 뜬구름 같은 안전철학을 물어보나 했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그런데 뒤돌아보면 그동안 안전업무를 하면서 내가 추구했던 가치는 무엇이고, 근로자의 생명을 구하고자 했던 이 마음을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올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돼 내년 1월27일 시행된다. 우리 사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