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아영 공인노무사(노무법인 길)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연간 업무상 사고 사망자의 약 80%가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고 법이 안착하려면 5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가 가장 주요한 과제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법은 사업주가 준수해야 할 의무의 일환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여부를 고려하는데, 노동부도 현대건설·태영건설 등 특별감독 결과에서 안전보건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중점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해 노동부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위험요인을 파악해 제거·대체 및 통제방안을 마련·이행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이미 널리 알려진 시스템적 관리방법 중 하나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 친숙한 다수 기업은 KOSHA-MS, ISO45001 등 국내외 규격을 기초로 안전보건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은 기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규격을 활용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기에 컨설팅 비용, 전담 인력 부족과 인증 관리의 어려움, 단기간에 알기 어려운 법 지식 등의 부담으로 인해 한계가 크다. 기초적인 안전보건관리조차 미흡한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고, 기존 규격의 방대한 요구사항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지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 안착을 위해서는 소규모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장려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간소화된 프레임워크를 제공해 소규모 사업장에 시스템적 관리 방식에 근거한 안전보건경영의 중요성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가이드북’을 발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7가지 핵심요소의 실행전략과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방향에 맞춰 소규모 사업장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한 틀을 제공한다면 소규모 사업장의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여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율인증제도와 지원제도를 준비해 소규모 사업장 참여도를 더욱 독려할 필요도 있겠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간소화된 자율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인증을 취득해 자율적인 재해예방 노력을 실시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위험에 따른 손실보다 이윤을 고려하기 쉬운 소규모 사업장에 유인이 제공될 것이다. 현재 안전보건공단이 위험성평가 인증을 받은 기업에 산재보험료율 인하, 기술보증기금 보증비율 혜택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점을 참고해 자율인증을 취득한 사업장에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인증 취득 사업장에 안전보건점검 및 감독을 일정기간 면제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면 사업장 참여도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장의 안전 인증을 관리하기 번거롭다면 노동부에서 진행하는 근로조건 자율개선 사업에 착안해 전문가가 대신 인증 취득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 그에 앞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느낄 만한 소규모 사업장 상황을 고려해 전문가의 자문·개선 서비스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사업장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책임이 환기되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대비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 처벌을 위한 법으로 안착될까 우려스럽다. 규제뿐만 아니라 유예기간 동안 소규모 사업장의 의식 제고와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한 지원책이 충분히 제공돼 중대재해처벌법이 예방을 위한 법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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