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형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산재 경기안산지사장)

지난 6월 광주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버스 승객 17명이 유명을 달리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거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했다는 정황이 발견되는 등 안전 관련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근로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둔 시점에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동시에 이번 사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하지만 다수의 인명 피해를 야기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문제가 됐다.

안전 관련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는데 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의 의미와 적용대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중대시민재해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은 법에서 정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최고 1년 이상의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짐과 동시에 법인 또는 기관에 최고 50억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되는 양벌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다.

중대시민재해의 적용대상은 크게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의 설계·제조·관리상의 결함으로 이용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가해진 경우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석면 제품 피해 등 제품의 원료에 내재된 위험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가해진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공중이용시설이란 지하역사, 지하도 상가, 철도 대합실, 여객터미널,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 병원, 실내 공연장, 어린이집, 대규모 점포 등의 시설 중 일정 면적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공중교통수단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도시철도차량, 여객선, 항공기, 시외·고속버스 등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세월호 사고, 항공기 추락 사고 등이 있다.

위에서 나열한 적용대상에서 알 수 있듯 광주 철거 현장 붕괴 사고의 경우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고가 중대시민재해가 아니면 뭐가 중대시민재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초·중·고교를 포함한 교육시설·시내버스 같은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 중대시민재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적용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 시행을 2개월여 앞둔 현재 관심의 집중은 형사처벌과 면책에 쏠려있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안전·보건 확보를 통한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존에 없던 다소 파격적인 법의 시행으로 적지 않은 혼란과 진통이 예상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켜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