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겨울이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하청업체 폐업을 앞두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과 대응투쟁을 논의했다. 폐업은 말뿐 바지사장만 바뀌는 것인데, 조합원들의 근속과 연월차가 모두 사라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다른 사내하청업체들이 폐업을 빌미로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전례를 여럿 봐온 터라 불안했다.전면파업을 하기로 했다. 언제 파업하고, 어디서 모이고, 경비가 와서 폭력적으로 해산시키면 다시 집결하는 장소는 어디고, 현장 판단을 누가 할지, 다른 업체 조합원들은 어떻게 결합할지 끝없이 이어지는 논의를 끝내고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은 많다.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 사람도 많다. 좋아하는 팀이 있는 사람도 물론 많다. 그중 외국 팀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국내 팀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보다는 적다. 국내 팀 중에서도 내 지역에 있는 팀을 좋아하는 사람은 훨씬 적다. 부끄럽지만, 나부터가 수원에 살지 않는데 K리그 수원삼성을 응원하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젠가. 사실 딱히 문제는 아니다. 그러면 왜 이런 얘기를 하는가. 내 지역에 있는 팀을 응원하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프로함’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이 얘기는 잠시 뒤에
2019년 한국 밴드와 영국 투어를 마치고 입국했을 때였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이런 소리를 했다. “근데 도연씨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일하는 모습은 맨날 놀고 있는 것처럼 즐거워 보여요.”살짝 놀랐고, 그런 마음이 들 수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일터가 공연장이나 페스티벌 또는 투어 중 여행지다 보니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항상 재밌어 보였던 것 같다. 필자는 음악가들의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며, 대중에게 선보이는 공연기획자다. 이런 직업을 프로모터(Promoter)라고 부른다. 페스티벌·단
1호가 세상에 나오고 ‘반전의 재미’가 즐거웠다는 독자의 후기를 전해 들었다. 일의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매일노는뉴스 2호 테마는 노동×놀이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일과 삶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진다. 때로는 노는 건지, 일하는 건지 구분이 어려운 순간들도 있다. 이재 기자가 ‘노동자가 된 게이머’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임도연 하이징크스 대표가 ‘덕업일치’의 피곤하지만 즐거운 삶의 기억들을 전한다. K리그 수원삼성을 응원하는 강남규 의 저자는 어느 축구팀이든 지지자가
폭염의 계절. 시원한 평양냉면, 동치미 막국수 한 그릇이 그립다. 평양냉면과 막국수는 메밀이 낳은 민족의 음식이다.겨울철 음식이던 평양냉면은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강원도를 대표하는 막국수는 전국 어디서나 즐겨 먹는 음식으로 진화했다. 구황작물로 민족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메밀에 선조들은 주목했다. 노란색 뿌리, 선연한 핏빛 줄기, 녹색 잎, 흰색 꽃, 검은 열매의 메밀은 오방색을 품고 있다. 선조들은 생명을 주관하는 천지의 기운인 오행을 담은 오행식물(五行植物)이자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로 메밀의 품격을 한껏 높였다. 그 품격
이주민에게 여름휴가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가족센터 이주여성들은 11%만 호봉제를 적용받는 탓에 십여 년을 일해도 늘 최저임금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지난 몇 년을 보냈더니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항공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다.“많이 받아봤자 주말을 포함해 3일 휴가인데 고향에는 못 가죠.”(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제조업이든, 농업이든 그나마 휴가를 준다면 무급이고 비행시간이 긴 서남아시아는 특히 다녀오기 어려워요.”(우다야 라이 노조 위원장)짧게 주어지는 휴가 동안에는 고향을 방
기자의 비극은 매일 ‘노동’ 뉴스만 전한다는 것이다. 휴가철 남들이 놀 때도 일의 현장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올해 여름은 마음먹고 로 뒤집어 보기로 했다.매일노는뉴스 1호 테마는 특별한 휴가다. 매일 식재료를 다듬으며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방학이 시작하면 가장 마음에 드는 색으로 매니큐어를 칠한다. 김태형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이 매니큐어로 여름방학 ‘사치’를 누리는(?) 교육공무직의 마음을 모아 전해 줬다. 3년 전 사회적 합의로 8월14일은 ‘택배 없는 날’
한여름 솥단지와 전판을 끌어안고 전쟁 같은 배식시간을 보낸 뒤, 땀과 물에 흠뻑 젖은 작업복은 후끈해진 몸과 뒤엉켜 도무지 벗어내기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몸무게의 배가 넘는 조리도구를 아무렇지 않은 듯 번쩍 들어 옮기길 수십번, 학교 밖을 나서는 순간 한의원과 정형외과 순례에 나선다.어쩌면 누구 못지않게 방학은 교육공무직에게 절실하다. 그러나 방학은 ‘무급 강제휴직’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속도 없이 반길 수 없다. 내 호주머니 사정을 굳이 내비치고 싶지 않은 학교장을 찾아가 겸직 허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끄럼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8월 달력을 보면 설렌다. 1년에 딱 하루, 8월14일 택배 없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나는 8년차 택배노동자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 무거운 짐을 몇 차례 옮기고 나면 온몸이 금방 땀으로 젖는다. 제일 곤란한 건 식사 때다. 식당에 들어서면 온몸에서 나는 땀 냄새에 이만저만 민망한 게 아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밥때를 놓치거나 겨우 들어간 식당에서도 허겁지겁 밥을 욱여넣고 나오기 일쑤다.이럴 때 ‘휴가철 인파가 ○○○로 몰린다’ ‘인천공항 최대 인파, 본격 휴가철’ 같은 뉴스를 접하면 나도 남들 쉴 때 같이 쉬어 봤으면 싶은
고용보험은 자발적 실업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들이 늘고 있단 의미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맥락은 지우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안전망으로 실업급여 제도가 작동하려면 지금 필요한 제도개선이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핀다. 정부가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으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축소하고, 실업급여 반복 수급시 수급액을 삭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
고용보험은 자발적 실업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들이 늘고 있단 의미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맥락은 지우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안전망으로 실업급여 제도가 작동하려면 지금 필요한 제도개선이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핀다. 대학을 휴학 중인 김나은(24·가명)씨는 지난해 5월부터 8개월간 지역방송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졸업 후 영상편집 일을 하려면 경력과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계약직
고용보험은 자발적 실업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이들이 늘고 있단 의미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노동시장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맥락은 지우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의 안전망으로 실업급여 제도가 작동하려면 지금 필요한 제도개선이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핀다.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김정화(40·가명)씨는 이달 일을 그만둬야 했다. 원아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 두 반으로 나눠 운영하던 ‘만 1세반’을 통합하면서 보육교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코로나19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한 공공병원이 위기다. 코로나 환자 치료에 전념하면서 내보낸 일반 환자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영악화로 임금이 밀리고 인력은 떠나는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노동자들은 묻는다. ‘코로나에 맞서 싸운 대가가 이건가?’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각 지자체별로 감염관리병상을 확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같은달 20일 서울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서남병원을 감염병 관리기관으
코로나19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한 공공병원이 위기다. 코로나 환자 치료에 전념하면서 내보낸 일반 환자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영악화로 임금이 밀리고 인력은 떠나는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노동자들은 묻는다. ‘코로나에 맞서 싸운 대가가 이건가?’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마다 위·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원과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정부는 공공병원들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코로나19 환자들만 입원하고 치료하도록 지시했다.우리나라는 세계 상위 수준인 병상과 질 좋은
경찰은 지난해 12월 건설현장에서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겠다며 200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나섰다. 당초 지난달 25일 특별단속을 종료할 계획이었으나 건설현장 폭력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며 기간을 다음달 14일까지 50일 더 연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4월 타워크레인 조종사 대상 특별점검을 벌인 뒤 이들의 ‘생존권’인 면허를 정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의 대대적 수사와 정부 차원의 ‘노조 때리기’는 건설현장을 실제로 어떻게 바꿨을까. 노동계에서는 조합원 고용 기피로 당장의 실직은 물론이고 미래의 노동조건까지 끌어
건설노조와 사용자의 단체교섭은 산별중앙교섭과 건설현장별 교섭으로 이원화된 구조다. 일용직 고용형태와 만연한 하도급 구조 같은 산업특성을 반영한 결과다.건설현장의 현장인부 임금과 노동조건을 정하는 것은 노조 토목분과위원회의 단체교섭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 철근·콘크리트협의회가 전국을 5개 권역으로 쪼개 활동하는데, 이들이 각 지역별 교섭상대다. 토목분과위는 현장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업무와 직급별로 1공수(8시간)당 임금을 협의한다. 지난해 수도권 임금협약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형틀목수 기능공 이외 임금은 1공수당 팀장 30만5천원,
최명숙(58) 건설노조 경인본부 사무국장은 4월26일 구속돼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2일로 67일째다. 이 사이 검찰조사는 두 차례 있었다고 한다. 첫 조사는 10시간을 넘게 진행했는데 그날 끝이 나지 않아 한 차례 더 조사를 받았다. 검찰 기소로 그는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검찰이 그에게 씌운 혐의는 공동공갈이다. 2021년과 2022년 인천 미추홀구·서구·중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220여명 채용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자 집회를 했다는 내용이다. 는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한 후 지난달 27일 인천구치소에서 직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우리 인류의 최초 직업이 사냥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