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한 공공병원이 위기다. 코로나 환자 치료에 전념하면서 내보낸 일반 환자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영악화로 임금이 밀리고 인력은 떠나는데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노동자들은 묻는다. ‘코로나에 맞서 싸운 대가가 이건가?’ <편집자>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서남병원지부장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각 지자체별로 감염관리병상을 확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같은달 20일 서울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서남병원을 감염병 관리기관으로 지정하고 2월28일까지 모든 일반 환자를 내보내고 병상을 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병원에 재난대책회의체가 만들어졌고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회의를 해야 했다. 일반진료 중단으로 입원 중인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환자 상태를 고려해 단 4일 만에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불편을 겪게 된 환자들은 “배가 불러서 내쫓냐”고 항의했다. 환자를 보냈다고 바로 코로나 환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병원에 음압격리병동은 1개이고 병상은 4개에 불과했다. 당장 환자를 받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말 그대로 비상사태였다. 일반병동을 음압병동으로 만들기 위해 음압기를 수소문했고 늦은 밤에 지방까지 내려가서 물품을 가져왔다. 모든 층의 출입 동선, 확진 환자 입·퇴원 이동 경로를 확정했다. 감염관리를 위해 모든 병실에 CCTV가 설치됐고 커튼을 제거하고 침대·사물함 등은 재배치했다. 청결·오염 구역을 구분하고, 방호복 탈의 구역도 마련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치료를 위해 전체 직원 교육이 진행됐다. 직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 당시 코로나19는 감염경로도 불확실했고 치사율도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특히 환자를 밀접 접촉해야 하는 직군들에서는 사직자가 늘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단순한 실수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어 반복적으로 훈련을 받았다. 방호복은 입는 데만 5분 이상 소요되고 30분이 넘으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숨쉬기도 불편하고 움직임에 제약이 뒤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걸 입고 모든 일을 해야 했다.

병원은 코로나19가 석 달 정도면 끝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석 달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고 더 많은 환자들이 밀려들었다. 사직한 사람의 자리를 메꾸기 위해 파견간호사가 오기도 했으나 업무의 불균형, 임금 차이 때문에 갈등이 빚어졌다. 이 시기에 또 한번 많은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났다. 환자 및 직원, 내원객의 출입관리를 강화했다. 이것 외에 선제검사소, 선별검사소, 백신접종, 생활치료센터, 재택격리자 관리, 타 병원 감염관리 등 수많은 업무들이 매일 매일 바뀌고 추가됐다. 우리는 그것을 당장 해내야 했다. 정부는 수시로 병원에 당장 내일부터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주문을 했다.

‘그래 공공병원인데 하라면 해야지’

전원할 병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아이를 살려 달라고 외치는 엄마의 절규를 들으며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그때 우리의 심정을 누가 알까.

갑질을 하는 환자도 많았다. 코 푼 휴지를 바닥에 수북하게 쌓일 정도로 던져 놓기도 하고 음식배달을 해서 반입 안 된다고 하니 “너희들이 먹으려고 하냐, 폐기 영상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는 환자도 있었다. 그 와중에 성희롱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TV만 틀면 “덕분에”라며 우리를 영웅이라 부르고 눈물짓는 영상들이 나오는데 헛웃음이 나온다.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영웅이라고 하면서 병원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봉사를 요구하는 것, 가스라이팅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병상 가동률 40%. 서울시에서는 이제 자구책을 마련하라고 한다.

만약 감염병 전담병원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병원 환자가 이렇게 줄었을까? 의사와 간호사가 병원을 나갔을까? 의사를 다시 채용하기 위해 임금을 40%나 올려 줘야 했을까?

이렇게 토사구팽당한다면 그때는 또 어느 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을 하려고 할지, 그때는 또 어떤 의료인이 남아서 영웅이 될지 묻고 싶다.

간호사들 사이에“병원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덕분에”라거나 “영웅”이라는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그 현란한 말에 속아 위험을 무릅쓰고 공공병원에서 일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가장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내가 탈출을 꿈꾸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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