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복 협동조합 더나은내일 이사장

지구촌 동물 중에 인간만이 자아를 성취하고, 더 나아가 자아를 초월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이는 직업(노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직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유일한 ‘나’만의 역할이 직업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부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모두가 직업인이다. 인간이라면 평생 ‘잡(자아)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40년 경력의 직업전문가가 8회에 걸쳐 잡 디자인을 위한 설계도를 보여준다. <편집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고사성어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등장하는 ‘위장전입’, 유학 보내고 혼자 지내는 ‘기러기 아빠’ 등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자녀 교육열을 반영한다. 하지만 고대와 현대의 교육열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는 교육환경이 열약한 시대에 자녀교육의 간절함이 묻어나지만, 후자는 자녀를 상위 0.01% 이내에 들여보내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는 처절함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높다. 이로 인해 경제원조에 의존하던 나라에서 경제원조를 하는 나라(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로 부상했다. K-POP이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으며 지난 5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주 강국 G7에 진입했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35위에 그친다. 1901년부터 2021년까지 6개 부분으로 나뉘어 총 1천180점이 시상된 노벨상 수상실적은 1점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는 공동체 생활문화의 한 양식이 자연스럽게 내면화돼 발전한 과학기술이 자아 성취와 인류에 유익함을 제공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현실 도피와 개인 발전 목표만을 추구한 결과다. 따라서 미래 인재들은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와 감성, 그리고 기초과학의 바탕에서 자신의 특기와 적성·흥미에 적합한 분야(직업)를 탐구해야 한다. 미래 인재들이 세계인들과 좋은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야별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도록 뒷받침할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시점에서 수능 문제를 공교육 과정에서 다뤘던 내용만으로 출제하고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방침에 수험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본다거나, 변별력이 없다거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사유를 들며 비판·선동한다. 이런 사교육 시장과 정치권·언론 등을 보면 안타깝고 동정심마저 든다. 특히 공교육 시장이 자체적으로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자정 능력이 떨어진 것에 우리의 미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능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각자의 특성과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기 위한 지표가 돼야 한다. 특정 기득권이 미리 숨겨 놓은 바늘찾기 개임에 초대하고 그 결과로 줄을 세우는 ‘킬러 문항’은 미래 세대에게 독약과도 같다. 사고의 기초 성장 단계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성장을 멈추게 하고 평생을 함께할 직업선택에 오류를 범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교육·훈련에서 ‘양성’이나 ‘육성’이라는 단어를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도록 ‘성장 지원’으로 바꿔 보자.

2021년 만 13~14세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통계청 사회조사)을 보면 대기업(21.6%)·공기업(21.5%)·국가기관(21%)·자영업(13.5%)·전문직기업(6.8%) 순이다. 또한 24만여명의 청년들이 은둔생활을 한다는 조사결과는 이 시대 청년들의 아픔이 그대로 조명된 결과다. 이는 교육의 편향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와 성장계층 사다리의 붕괴, 노동 가치보다 심각할 정도로 우위에 있는 자본 가치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수입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청년들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회피하거나 인생을 포기하는 비겁한 행위와, 어떤 일(직업)을 할 것인지보다 수입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만을 찾는 어리석은 청년들까지 옹호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한 가지 정도는 잘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기회는 만드는 것이다.

우선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필요한 최고의 자격(기술사·명장·기능장·전문자격) 취득 목표와 직위(경영진·관리자)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이후 직장으로부터 선택받기를 기다리기보다 본인이 직업인으로 목표 달성 가능성 있는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 그 직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도록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도전하라! 자신이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지속적인 자신의 직업 관련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간 행위도 직무 경험으로 만들어라. 예를 들어 학교 과제수행 경험을 통해 터득한 직무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경험을 고객분석, 상품진열, 진상 고객상담 등의 경력으로 만들 수 있다. 직장은 국내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만들 수도 있다. 한 직업의 전문가는 직장을 탓하지 않는다. 글로벌(디지털) 노마드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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