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와 본지는 지난 3월28일부터 6월10일까지 ‘서울지역 노동자 기후정의 콘텐츠 공모전’을 진행했다. 그 결과 수기·사진·웹홍보물 분야에서 각 한 편씩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이 중 수기와 사진 부문 수상작을 지면을 빌어 공개한다. 서울 시내에서 산을 명확히 볼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날은 어쩌면 계절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내가 일하는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사업소에선 곧바로 북한산이 보인다. 산을 마주하는 일이 근무의 시작이자, 끝
세종호텔은 10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 4성급 호텔 중에서도 정규직 비율이 높아서 일하고 싶은 호텔이었다. 그러나 10년 만에 정규직 250명이 일하던 일터는 정규직 23명과 16명의 하청노동자만 남은 호텔이 됐다.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새롭게 생긴 노조는 대표교섭권을 가지고 친사측 행보를 하며 노동조건을 악화시켜 왔다. 연봉제 실시와 포괄임금제 적용, 탄력근로제 합의, 부서 외주화 확대까지 우리 노조의 반대와 소속 조합원들의 반대여론도 무시하고 밀실합의를 자행했다. 그 결과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진행됐고 정규직이 나간 자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조건이었던 ‘전속성 요건’을 삭제해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넓혔다. 10여년에 걸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제도개선 요구 중 일부가 반영되기는 했지만 간병노동자들은 이번에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산재보험에 적용되는 노무제공자의 정의를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한 노무제공”이라고 규정했다.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 개인과 직접 노무제공 관계를 맺는 간병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지난해 6월2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이하 사회적 합의)이 도출된 지 1년이 막 지났다. 사회적 합의는 택배노동자들의 연이은 과로사로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택배노동자 당사자들의 절박한 요구와,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근본적 책임이 있는 원청 재벌택배사가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조건에서 추진됐다.사회적 합의는 분류작업 수행의무를 사용자로 명시하고 이에 대한 대책(분류인력 투입과 택배요금 인상)까지 적시해 노동시간단축의 실질적 방도를 담고 있다. 산재 및 고용보험료의 사용자 부담, 기존의 갑
우리 조합원은 서울시 공무원인 것 같다.정부 지침에 따라 서울시장이 매년 임금의 항목과 수준을 정한다. 굉장히 꼼꼼하다. 지난해 기준 기본급은 210만3천800원인데 서울시 생활임금 이상을 보장하고 유사업종 임금수준을 고려한 것이다. 잦은 시간외노동을 예상해서 주 40시간 중 5시간은 법정 최저임금의 1.5배를 반영해 책정한다. 상여금은 기본급을 12로 나눈 값이고, 기타 통상수당은 19만원이다. 초과근무수당은 전년도 규모를 고려해 정한다. 4대 보험 회사부담분·차량유지비·통신비·사무실 임차료 또한 시가 정한다. 업무량 분석과 적정
“기가 막히고 속이 상해서, 차마 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장례식장에 자리 펴고 앉았다.”지난 3월1일, 평소처럼 출근했다가 십 년을 다닌 직장 문 앞에서 쫒겨났다. 장례식장 조리실 앞에는 ‘출입금지’라는 표시만 붙어 있었다. 하루아침에 해고가 됐는데 울산대병원에서는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생의 마지막을 떠나는 고인에게 제사상을 올리고, 슬픔을 나누는 상주와 조문객들에게 따듯한 밥 한끼를 대접하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간 일했다.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업체변경시 고용승계해야 한다는 울산대병원 노사의 단체협약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 이래로 다양한 명목과 조건의 수당·임금·급여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치열하게 다툼이 있었다. 그중 가장 첨예한 부분은 “재직자 조건의 정기상여금”이다. 관련한 여러 쟁점이 있었으나,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서 대법원은 “일할계산 여부”로 고정성을 판단해 왔다.최근 대법원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하도록 취업규칙에 규정된 정기상여금”을 단체협약에서 지급일 이전의 퇴직자들에게도 근무기간에 비례해 일할계산해 지급하기로 했다면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2. 4. 28. 선
〈매일노동뉴스〉 4월18일자 ‘어느 쪽 줄에도 서지 마라’는 제목의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칼럼을 읽고 일부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합니다.김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미·서구 제국주의와 러시아 제국주의 사이의 패권쟁탈전”이라고 규정하며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없고 그 두 쪽을 모두 비판해야 옳다”고 주장했습니다. 저 또한 김승호 대표의 생각에 동의합니다.다만 김 대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노동자연대의 주장을 오해한 듯합니다. 김승호 대표는 “노동자연대가 서구와 러시아 두 제국주의 가운데 러시아가 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출근길 지하철에 등장했다. 인파로 가득 찬 지하철에 등장한 그들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존재였을 텐데. 그들은 그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피켓 들고 구호를 외치고 지하철을 연착시키기도 했다. 이를 두고 비난이 증폭되다 결국 예비 여당 이준석 대표까지 가세했다. 그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타기를 ‘반문명적 행위’로 규정하고, 시민 불편을 내세워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노동자의 노동 3권 중 핵심은 단체행동권, 즉 파업할 수 있는 권리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회사 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소위 ‘시민 불편’이 초래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해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나 업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경우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몸으로 자신이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발생하는 치료 및 재활비용을 지원하고, 소득손실을 보장하고, 직장복귀를 위해 직접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이다. 산재보험은 철저한 원인주의 원칙에 따라 노동자에게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해당 업무가 원인이 돼 발생했는지를 엄격히 파악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사고는 비교적 원인규명이 쉬워 산
20대 대선, 과거를 향한 투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시민들은 미래의 전망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응징을 선택했다. 미래를 위한 투표가 아니라 과거를 향한 투표였다.경제정책, 사회복지,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상황 대처, 외교문제 등에서 역량이 열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다른 영역들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후보가 선택됐다. 당선자가 유일하게 능력 우위 평가를 받은 영역은 공정사회 실현이었는데, 그가 지향하는 ‘공정’은 존 롤스(John Rawls)나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얘기하는 ‘평등을
밤을 샐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불과 1%도 안 되는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5%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를 했다. 다른 진보정당 후보들도 기대에 못 미쳤다.사실 이런 선거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예측한 것이기도 하다. 국가공동체의 비전을 둘러싼 논의보다는 ‘정권교체냐 아니냐’는 프레임이 선거를 지배했고, 윤석열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민주당의 뒤늦은 ‘정치교체론’선거가 이런 프레임에 갇힌 것은, 기본적으로 촛불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언론 매체에서 쏟아내고 있는 관심 키워드를 검색해 보니 공정성·일자리·국가운영능력·정치이념(가치관)·민생해결·인성 등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어려움에 놓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관심 있는 언론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말이라도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노동이 사라진 대선을 치르고 있다.지난해 12월 국
최근 고용노동부가 행정예고한 근골격계질환의 ‘추정의 원칙’ 확대 적용을 골자로 한 고시 개정안이 규제심사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영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직업병 심의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직업병 심의에서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자 하는 취지와 객관적 사실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심사 기간 획기적 단축, 심사 효율성도 높여현재 신청되는 모든 근골격계질환은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최종 심의를 하기 전에 거쳐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노사갈등이 파국을 향하고 있다. 정면충돌만은 막아야 한다. 잘잘못을 떠나 둘 다 설득해야 한다. 산업 차원의 사회적 합의라는 귀한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은 한 걸음씩 물러나 심호흡을 하고 차분히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득과 조정에 나서야 한다.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이 지금처럼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데는 정부가 애매하게 양측 모두에게 보증을 서 준 탓도 있다.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지금 이곳이 한국 고용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의 긍정적 출발점이
이달 25일부터 이틀 동안 11회 ‘노동자 건강권 포럼’이 열린다. 이번 노동자 건강권 포럼은 총 8개 세션으로 이뤄졌다.첫 번째 세션의 발제1은 코로나19로 인해 악화된 노동안전보건 문제와 해결이다.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물류량은 갈수록 늘고 있고, 돌봐야 환자들은 점점 많아진다. 이에 노동환경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생활물류 노동자와 돌봄노동자가 토론자로 나선다. 발제2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원년인 올해의 대응과 과제다. 법 내용에 관한 평면적 해설을 넘어서, 예측과 전망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기
2019년 8월 무더운 여름, 폭염 속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청소노동자가 있던 휴게실은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한 평 남짓한 공간으로 휴게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후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열악한 휴게실로 밝혀지면서 사업주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근로기준법 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주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휴게시설 설치에 관한 별도의 의무 조항은 없다. 노동자가 쉴 시간은 있어도, 쉴 공간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현장에 적용된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중대재해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사업주의 고의·과실에 의한 사고’다.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안전설비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거나 안전상 문제를 방치해 사고로 이어진 경우다. 반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사업주의 무과실 책임 사고’다.산재노동자 보상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업주의 과실 유무가 중요하지 않다. 사업주가 잘
필자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최근 3년간 경기도청 노동국 내에 있는 노동권익센터에서 센터장을 역임했다. 나름 사회에서 오랫동안 노동업무를 해 본 경험도 있고 해서 자신은 있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근로감독 권한도 없고, 노동행정 경험도 없는 지자체의 역량 한계상 잘 될까?’ 하는 의문도 가졌다. 민선 7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공약대로 ‘노동존중’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광역자치 최초로 노동국과 직영 노동권익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의 주요 업무는 무료 노동상담 및 권리구제, 그리고 노동역량 강화 교육, 마을노무사 운영과 각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간절히 원하거나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더 주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속담은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실속 있게 본인 몫을 챙기는 와중에, 늘 고분고분하게 있는 사람은 공연히 일을 떠맡아 고생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연일 정치권 기사가 쏟아지는 요즘 ‘공공부문 노동계가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동자·사용자·정부 대표가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공익가치 실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