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성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과 관련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조건이었던 ‘전속성 요건’을 삭제해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넓혔다. 10여년에 걸친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제도개선 요구 중 일부가 반영되기는 했지만 간병노동자들은 이번에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산재보험에 적용되는 노무제공자의 정의를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한 노무제공”이라고 규정했다.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 개인과 직접 노무제공 관계를 맺는 간병노동자들은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 의료기관이 제공해야 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환자 개인과 노무제공 관계를 가진다는 이유로 산재보험 혜택에서 배제된 것이다. 그러나 간병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은 너무나 절실하다.

간병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환자를 안거나 부축하면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통증 △일상활동 지원·운동보조·대소변 보조 및 배설물 처리 등을 하면서 24시간 환자와 밀착해 일하고 있다. 또한 각종 감염 위험에 노출되거나 바늘에 찔리는 사고도 빈번하며 24시간 노동에 따른 휴식과 수면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언제든지 다치고 쓰러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간병노동자들은 마스크 같은 안전장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백신접종시 우선접종 대상자에서도 제외됐다. 가장 밀접하게 24시간 환자를 돌보지만 병원 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다.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직원들보다 더 자주, 수차례 검사를 해야 했고 확진된 환자 곁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되거나 다쳐도 치료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했고, 치료받는 동안 일을 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간병노동자들은 필수노동자라 호칭되고, 담당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의 규정을 따른다. 병원 내 관리자들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데도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극심한 차별과 저임금 구조 속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파도 쉬지 못하고, 산재보험 적용을 통한 최소한의 건강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필수노동’으로서 간병 같은 돌봄노동의 사회적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돌봄노동자의 안전·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인 산재보험에서조차 여전히 배제되고 있다. 이번 산재보험법 개정을 통해 ‘전속성 기준’이라는 하나의 벽을 허물었지만 ‘노무제공자의 특례’라는 또 다른 벽으로 간병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산재보험 적용을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산재보험은 특권이 돼서는 안 된다. 일하다 다치면 누구나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며 치료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가 돼야 한다. 더 이상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산재보험법 재논의 및 재개정을 시급하게 진행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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