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이 야근을 한다. 큰 빌딩들의 사무실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야근공화국이다. 왜 야근을 하는가. 근무시간 중에 다 할 수 없는 일이 주어지고, 일을 나눌 신규인력은 채용되지 않아서다. 이 와중에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교수들 불러서 5개월 연구 끝에 만들었다는데, 사실 지난해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과 내용이 같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 “120시간은 일을 해야 된다는 거야. 2주 바짝 일하고 그 다음엔 노는 거지”라는 발언을 구체화한 버
1. 칼럼은 써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포털뉴스를 검색하다가 고용노동부를 찾아들어갔더니 홈페이지 대문에 ‘노사부조리 신고센터’가 커다랗게 떠 있는 거였다. 이건 또 무언가. ‘사용자의 불법·부당노동행위 신고센터’라면 바로 알아보겠는데, ‘노사’라니 사용자 말고도 노동자·노동조합도 신고 대상으로 하겠으니 신고해 달라는 것인가. 노동자측의 무슨 행위를 신고해 달라는 것인지 읽어 봤다.먼저 ‘노동조합 운영 및 회계투명성’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노동조합이 조합원명부·재정서류 등을 사무소에 비치하지 않는 행
시진핑은 지난해 12월9일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지도자들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만났다. 걸프협력회의는 바레인·쿠웨이트·오만·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로 구성된 걸프만 아랍국가를 위한 협력기구로 1981년 5월 창설했다. 회원국 모두 군주국이다.시진핑의 리야드 방문은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외국 방문이었다. 첫 방문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였다. 이때 무역 결제수단으로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사용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상하이협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테스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면서 잠자리도 제공한다. 그는 맞는 침대가 있다며 나그네를 눕힌 다음, 침대보다 키가 크면 남는 목이나 다리를 잘라 버리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는 방법으로 나그네를 살해했다고 한다. 21세기 한반도에 프로크루테스가 등장했다. 침대가 아닌 ‘근로시간’의 형상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자.정부는 2023년 3월6일 “근로시간 제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취임 초기부터 달리던 근
정순신 아들로 시작한 ‘학교폭력’은 그 뿌리가 깊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폭 기록을 남기는 것부터 학폭을 살피지도 않고 수능 점수만으로 뽑는 정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했다.한국일보가 3월23일자 8면에 ‘학폭으로 퇴교당한 예비 경찰 더 있었다’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최근 동급생을 집단으로 괴롭혀 교육생 4명이 퇴교당한 중앙경찰학교에서 퇴교 사례가 더 있었다는 거다. 경위 이상 간부를 육성하는 경찰대에도 학폭으로 최근 5년간 10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 기사는 용혜인 기본소득
목포제유직공노조는 1926년 1월15일 임시총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1일 12시간을 10시간으로 단축)을 요구하면서 17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쪽은 파업한 직공을 해고하고 해고 노동자 채용금지 방침을 각 공장에 알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에 목포자유노조, 목포인쇄직공 친목회, 목포목공조합을 비롯해 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파업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후원했다.회사는 새로이 노동자들을 모집하려 계속 시도하다 실패하자 다음에는 광주, 이리(익산) 방면에서 노동자들을 모집해 작업을 시키려 했다. 한편 파업단은 직
지난달 중순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가 공개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득과 자산, 부채에 관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가장 최근의 공식 통계다. 소득은 코로나 위기 2년차였던 2021년 말 기준 자료이고, 자산과 부채는 지난해 3월 기준이다. 주요 집계표는 지난해 12월에 통계청의 보도자료와 포털사이트(KOSIS)를 통해 공개됐지만 원자료는 3개월이 더 지난 뒤에야 공개된 것이다.이와 별도로 분기별 가계동향조사가 있고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2022년 4분기 조사결과와 원자료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다. 하지만 가계동향조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정책이 커다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물론 M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노동조합협의회’마저도 정부의 주 69시간제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1주 60시간 이상 근로는 무리”라며 고용노동부에 “MZ세대 노동자를 중심으로 면밀하게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는 이상하다. 기존 주 단위 연장근로 한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해 연장근로 산정의 유연성을 높이겠다는 고용노동부 정책의 영감 제공자는 윤석열
지난 7일 대학로에서 열린 솔라시 여는 포럼에 참석했다. 제목은 ‘연대로 스며들다’였다. 솔라시가 낯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한다.솔라시는 ‘Solidarity of Labor and Civic Society’의 앞 글자를 딴 약자다. 노동과 시민사회의 연대, 솔라시가 연상시키는 음계처럼 아름다운 말이다. 솔라시 홈페이지를 보면, 우리 사회에 연대가 필요한 이유로 ‘플랫폼·비전형·비정규 노동 확대, 기후 위기, 코로나, 혐오와 차별’ 등 복합 위기를 들고 있다. ‘혼자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서로의 손을 잡는 연대’가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코로나 이후 프랜차이즈 영화관에 간 건 처음이었다. 핸드폰으로 표를 예약하고 결제했다. 늦지 않은 저녁 시간대에 영화관에 도착했는데, 팝콘 매대는 닫혀 있었다. 상영관 안내와 영화표 체크도 없었다. 영화 시간에 맞춰 자율적으로 입장하고 좌석을 찾아 앉았다. 영화 예매부터 관람까지 내가 마주친 직원은 딱 한 명이다. 유일한 그 사람은 영화를 다 보고 나온 관객에게 쓰레기통 위치를 안내하는 직원이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줄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영화관에서 직접 마주친 직원이 한 명밖에 없었다는 사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하더라도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갱신기대권’이다. 일하다 보면 갱신기대권과 관련된 사안이 생각보다 많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기간제 노동자도 많고, 기간제 근로계약을 악용하는 사용자도 많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용자가 해고 제한 법리를 회피하려 기간제 근로계약을 악용할 때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바로 갱신기대권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노동자 구제를 위한 노동위원회에서 ‘갱신기대권’을 일관성 없이 혹은 정무적으로 판단한다면 어떨까?
공인노무사로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란 어렵고, ‘노노모(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노무사로서 계속 일할 일터를 찾기도 참 어렵다. 몇 년 전 이직을 할 때도 제한적인 조건하에서 일터를 찾았다. 그때 초심을 그새 잊어 가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노무사이자 노조 조합원인 기회는 흔치 않은데, 현재 소속된 일터인 서울노동권익센터에는 노조(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노동민간위탁분회)가 있다. 조합원 당사자로 총회나 집회에 참석하고, 노조 의사결정에도 참여했다. 내 일터를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동료
1. 주말에 포털에서 뉴스를 찾아다가 “MZ가 69시간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주 최대 69시간 등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한국 ‘MZ세대’가 반발하고, 그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이례적으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WP는 17일(현지시간) “청년층이 목소리를 높여 반발한 후에 한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
지난 8일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와 성취를 기리며, 여성의 인권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이 이뤄지는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었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9년 미국의 사회주의 당 소속 여성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과 투표권 등 성평등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1910년 제2인터네셔널 노동여성회의에서 덴마크의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이 세계여성의 날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날을 기념하기 시작하며 국제화가 이
조직된 폭력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집단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다. 개인의 폭력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집단적 폭력은 학교, 기업, 정치를 비롯해 갈등하는 사회 집단 사이에서 발생한다. 폭력의 형태는 신체에 대한 물리적 폭력, 조직이나 법·제도를 이용해 가하는 제도적 폭력, 특정한 이미지나 사고방식을 만드는 문화적 폭력이 있다.너무 오래된 과거일지 모르겠지만 군사독재의 시대에 비추면, 직접 폭력은 공적영역에서 줄었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데이트폭력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등장했다. 그렇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 부르주아 국가는 애당초 “부르주아계급의 공동사무를 집행하는 위원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르주아 정치가 서로 협력해서 피지배계급을 다스리는 일을 제치고 그들 간의 권력 쟁탈에 몰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권력 쟁탈에 몰두하는 ‘막장정치’는 한국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패권국가 미국에서도 연출된다. 이런 모습은 왜 나타날까. 자본주의 정치가 더 이상 자신의 토대인 시민사회를 위해 복무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지금 걱정할 대상은 부르주아 정치가
‘kwarosa.’ 고용노동부가 노동시간 개편 입법안을 발표하자 호주 ABC 방송사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며 과로사를 영어발음 그대로 표현하며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K콘텐츠의 탄생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1호 협약으로 공업부문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 1주 최대 48시간으로 제한하는 협약을 제정했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52개 국가가 1호 협약을 비준하고 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정부는 최근 구인난이 심각한 조선업 등의 인력난 해소책을 내놨다.(조선일보 2023년 3월9일 8면, ‘조선업 신규 채용 땐 회사에 1인당 1천200만원 지원’)정부 발표를 보면 조선 하청사가 노동자를 신규채용해 최저임금보다 20% 이상 많이 주면 업체에 노동자 1인당 1천200만 원을 지원한다. 업체만 돈을 줘 청년들의 취업 유인은 별로 없다. 조선업이 산재도 많고 험한 반면 임금은 그다지 높지 않으니 어떤 청년이 가겠나. 하청업체는 그나마 있던 노동자 자르고 신규채용하면 공돈이 생기니 일석이조다. 사람 자르기가 쉽지 않다고 변명
구글이 유튜브 하청노동자의 ‘공동사용자(joint employer)라는 판정이 지난 3일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서 나왔다. 1940년대 이미 공동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미국에서도 이번 판정은 원청 글로벌 IT기업을 상대로 한 노조의 첫 승리로 주목받고 있다.연방노동관계법상 ‘사용자’는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1940년대부터 법원은 ‘사용자’란 “타인을 지배하거나 지배권을 가진 자”라는 법리에 근거해 “근로자의 기본적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사항들을 공유하거나 공동 결정한다”면 고용주가 아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에서는 1만5천여명의 대규모 여성노동자들이 임금인상, 노동환경 개선, 투표권 쟁취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모두를 위한 빵, 그리고 장미도!(Bread for all, and Roses, too!)”당시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일하고도 저임금에 처해 있었고, 참정권이나 노조결성의 자유 같은 권리도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표상하는 빵, 참정권과 같은 정치·사회적 권리를 표상하는 장미를 외쳤다.위와 같은 여성노동자의 시위와 운동은 국제적인 공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