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주말에 포털에서 뉴스를 찾아다가 “MZ가 69시간 막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주 최대 69시간 등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한국 ‘MZ세대’가 반발하고, 그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이례적으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WP는 17일(현지시간) “청년층이 목소리를 높여 반발한 후에 한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계획을 재검토할 방침”이라며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보완지시 발표사실을 소개했다. 이런 뉴스를 통해서 보면 이번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는 20~30대 ‘MZ세대’ 근로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시각은 이 나라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에 관해서 그 근로시간 산정 단위기간을 현재의 주 단위에서 월·분기·연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추진이 MZ세대의 반발로 급제동이 걸렸다는 보도였다.

2. MZ세대. 20~30대를 말하는데, 이들의 지지에 윤석열 정부가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이겠다. 사실 이번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고 추진하면서 정부는 MZ세대가 원하는 개혁이라고 내세웠다. 지난 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년들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고 말했고, 7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30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9월 ‘엠제트 세대 노조 간담회’에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MZ세대는 과거 일과 삶의 균형, 소통을 더욱 중시하고, 공정하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MZ세대가 몰아서 일하는 근로시간 제도를 지지한다면서 이번 정부의 제도 개편안이 MZ세대가 원하는 개혁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9일 ‘MZ노조’ 모임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 근로조건을 개선해 온 국제사회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정부의 제도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더구나 노동부가 지난해 말 15~34세 청년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청년들이 희망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42.28시간’에 불과했고, “추가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이 있어도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직장에는 취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46.7%나 됐다. 그러니 장시간 노동에 대한 청년노동자들의 부정적 입장이 드러난 것이다. MZ세대가 주 최고 69시간까지 노동하는 제도 도입을 원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재검토를 지시한 가운데 16일 국민의힘이 국회 토론회를 열고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반대하는 ‘MZ노조’ 설득에 나섰지만 이들이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데서도 재확인할 수 있다.

3. 이날 토론회에서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은 “노동부가 발표한 개편안의 취지가 진정으로 노동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주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 쪽의 주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용자를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두고서 MZ세대 노동자들이 원하는 개혁이라던 윤석열 정부 담당자들의 주장을 분명히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유준환 의장은 “주 52시간 상한제 때문에 공짜야근이 발생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공짜야근을 시키는 것은 기업의 문제이지 주 52시간제의 문제가 아니다”며 “연장근로를 유연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행) 주 52시간제를 안 지키는 기업이 (정산 기간을 평균한) 평균 1주 52시간(근로)을 지키란 법도 없다”고 강조했다. 포괄임금제니 공짜야근이니 노동현장의 문제를 나열하면서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그 해결을 위한 것이라도 되는 양 주장하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왔던 것을 비판한 것인데, 타당한 지적이다. 이렇게 ‘MZ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아무리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대변되는 기존 노조운동과 결을 달리하고 있는 MZ세대의 노조라고 해도 주 최대 69시간의 노동을 할 수 있는 제도는 결코 용납할 수가 없다고 본 것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해서 활동해야 하는 것인데, 노동자 조합원을 위한 것이 아닌 사용자 자본을 위한 근로시간 제도 개혁안을 지지할 수는 없는 것은 것은 당연하다.

4. 여기서 노동제와 노조를 생각해 보자. 노동제, 즉 노동자의 최장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근로시간제도는 노조운동과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전개돼 왔다. 오죽하면 노동운동사는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역사였다고 말하겠는가.

사용자와의 근로계약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인 근로조건은 임금과 근로시간이다. 이 중 임금은 더 많이 받기 위해서, 근로시간은 더 적게 하기 위해서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은 달려왔다. 그것이 노동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를 위해서 교섭하고 투쟁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 나라 수준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제 등 노동제에 관한 법률에 있고, 조합원들에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일 8시간 노동제가 느닷없이 근로기준법 50조에 규정된 것이 아니다. 1886년 미국 시카고 총파업투쟁 등 1일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한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국제노동운동의 성과로 우리 노동자들의 노동제로 법률에 규정된 것이다. 1일 8시간 노동제는 주휴일 1일을 제외한 주 48시간 노동제였다가 주 44시간으로, 다시 주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경우 그럼에도,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53조에서 규정하면서 주 52시간제로 노동제를 망가뜨려 놓았지만 엄연히 이 나라도 최장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나라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오늘 이렇게 법률로 최장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노동제를 통해서 노동자들이 노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수많은 나라에서 법률로 규정한 노동제, 즉 법정근로시간이 아니라 그 범위 내에서 노사가 정한 시간인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법률로 1일 8시간 노동제를 정하고 있어 여기에 주휴일 1일을 포함해서 보면 주 48시간까지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이보다 적은 35시간 등으로 정해 놓은 소정근로시간을 일한다. 이에 대해서 우리의 경우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한 근로기준법 50조의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이라고 단체협약에 옮겨 놓은 것이 고작이다. 혹시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당신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찾아서 한번 읽어 보시라. 이렇게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서 여기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근로기준법 53조까지 단체협약에 그대로 가져와 규정해 놓았다. 노동시간에 관한 한 이 나라 노조와 노동운동은 할 말이 없다. 근로시간에 관해서는 이 나라 노동자를 위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고 쟁취한 것이 없다. 분명히 우리 근로기준법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정한 근로기준법 50조의 범위에서 노사가 정한 근로시간이라고 규정해서 1주 35시간이든, 1주 30시간이든 법정 근로시간보다 적게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수백·수천의 단체협약을 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것을 본 적이 없다.

5. 근로시간에 관해서는 이 나라 노조와 노동운동은 할 말이 없다. 아무리 권력과 자본이 강성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는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 노조조차 근로시간에 관해서는 법보다 적게 소정근로시간을 쟁취해 낸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있다. 근로시간에 관해서는 이 나라에서 기존 노조운동은 비판받아야 한다. 법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간 소정근로시간을 보고 싶다. 사실 이렇게 법보다 나은 수준의 근로시간제에 관해서 단체협약에 두고 있었다면, 오늘 권력이 사용자 자본을 위한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나와도 조합원을 위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노동자의 권리 중 가장 중요한 근로시간에 관해서 법에 맡겨 놓고 있으니 오늘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걱정하고, ‘MZ가 69시간을 막았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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