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구글이 유튜브 하청노동자의 ‘공동사용자(joint employer)라는 판정이 지난 3일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에서 나왔다. 1940년대 이미 공동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미국에서도 이번 판정은 원청 글로벌 IT기업을 상대로 한 노조의 첫 승리로 주목받고 있다.

연방노동관계법상 ‘사용자’는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며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1940년대부터 법원은 ‘사용자’란 “타인을 지배하거나 지배권을 가진 자”라는 법리에 근거해 “근로자의 기본적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사항들을 공유하거나 공동 결정한다”면 고용주가 아닌 자도 공동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지배권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대별로 다르다.

유튜브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에 관해 연방노동관계위원회가 인정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구글은 유튜브 음악 콘텐츠 운영을 위해 도급업체 C와 계약을 맺었다. 하청노동자들은 도급업체 C에 채용돼 구글이 소유한 텍사스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재택근무를 했다. 채용 과정은 도급업체 C가 주도했지만, 채용한 노동자가 어떤 업무를 수행할 것인가는 구글의 동의가 필요했다.

노동자 교육은 도급업체 C와 구글이 함께했지만, 교육 매뉴얼은 구글이 제작했다. 도급업체 C는 이를 변경할 권한이 없다. 채용된 하청노동자가 유튜브 업무를 하려면 구글이 평가 기준을 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구글은 전체 노동자의 업무시간을 오전 8시~오후 5시로 정했다. 도급업체 C와 구글이 공통으로 정한 휴일만 인정됐다. 하청노동자 업무는 유튜브에 업로드된 음악 콘텐츠의 제목과 연주자 등 정보가 정확한지 검수하는 일이다. 매주 구글은 자동화된 업무시스템으로 하청노동자가 검수할 콘텐츠를 지정했고, 노동자들은 구글이 정한 기준에 따라 검수한 결과를 제출했다. 도급업체 C는 업무시스템이나 검수 기준에 관여할 권한이 없었다. 구글은 하청노동자 업무 처리 시간에 관한 기준도 정하고, 이를 위반하거나 업무에 오류가 있는 경우 그 사실을 도급업체 C에 통지했다. 도급업체 C는 이를 바탕으로 하청노동자 업무평가를 했다. 구글은 특정 노동자 교체를 도급업체 C에 요구할 수 있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징계·해고는 도급업체 C가 수행했다.

하청노동자의 구체적 임금액은 도급업체 C가 정하지만, 구글은 시간당 15달러 혹은 지역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라는 기준을 도급업체에 요구했다. 부가급여도 구글이 정한 지급기준으로 도급업체가 줬다.

실태를 확인한 연방노동관계위원회는 도급업체 C가 고용한 노동자의 노동시간, 부가급여, 지휘·감독에 구글이 직접적·현실적으로 지배권을 가졌으므로 공동사용자라고 판정했다.

한국에서도 노동·사회진영의 오랜 투쟁으로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시킨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2010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미 인정된 법리인데도 정부는 “누가 사용자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아 법치주의를 흔드는 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노조법에 많은 영향을 준 미국은 1940년대부터,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이미 노사관계법에서 사용자란 고용주 외 노동조건 지배권을 가진 자가 포함된다는 법 해석을 발전시켰다. 나아가 도급 등 다양한 계약형식과 진화된 IT기술로 기업 외부 노동력을 활용·통제하는 기업에 대응해 각국은 노동조건 지배권을 가진 사용자의 범위를 보다 실질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급 계약 내용과 자동화된 업무처리시스템을 이용한 구글의 지배를 인정한 이번 연방노동관계위원회 판정이 좋은 사례다. 우리 정부는 언제까지 세계적 흐름과 변화하는 노동 현실을 외면하고 단체교섭을 통한 노동조건의 자치적 개선을 가로막는 태도를 고집할 것인가.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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