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올해 시행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 1조다. 이 조항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그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보호하던 것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법으로 바뀌었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과연 산업안전보건법은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법이 되고 있는가.김용균법 시행됐지만…2년 전 그가 숨
“(몸무게가) 원래 100킬로그램이 넘었는데 택배 시작하고 30킬로그램이 빠졌어요. 5개월 만에요. 다들 병 걸린 거 아니냐고 걱정했죠.”8년차 택배노동자 김기훈(가명)씨가 배송할 물건을 차에 싣다 슬쩍 쳐다보곤 말을 이었다. 코로나19로 물량이 증가하고, 장시간 노동이 계속된 최근 3~4킬로그램이 더 빠졌다고 했다. 1미터80센티미터가 훌쩍 넘는 키의 그는 한눈에 봐도 마른 편이다. 점심도 거른 채 하루 14~15시간 가까운 노동이 이어진 결과다.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군포 롯데택배터미널. 이른 아침부터 분류작
“이 사건 사용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한다.”지난 7월31일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판정이다. 중노위는 올해 5월6일 있었던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충남지노위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지난 2월12일 부당전보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되돌리라고 했다. 판정 취지만 보면 흔한 노동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용자가 국방부와 그 예하부대이고, 피해 노동자가 공무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직장내 괴롭힘 정도가 달랐다. 외부감시의 눈길이 미치기 어려운 군부대라는 특수성 탓이다.사건이 일어난 곳은 계룡대근무지원단의 예하부대인 자운대근무지
2018년 12월11일 새벽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입사 3개월차 스물네 살 비정규직 청년은 홀로 남아 컨베이어벨트 아래 떨어진 낙탄을 줍다 재해로 숨졌다.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 죽음은 “위험의 외주화는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이 귀 기울이게 했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되도록 했다. 당정TF는 지난해 12월 고 김용균 노동자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22개 권고안을 반영해 “연료·환경설비 운전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경상정비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처
“재난지원금 받은 거는 벌써 썼죠. 특수고용직한테 주는 지원금도 50만원씩, 세 달인데 그 돈 가지고 어디 갖다 붙입니까. 아파트 관리비, 세금밖에 더 내겠어요? 돈 생기면 또 빚 좀 낸 거 갚고, 다시 모자라면 또 빚내서 쓰고. 그런 상황이에요.”대구에서 대리운전기사로 일하는 김자영(59·가명)씨는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기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사람 중 하나다. 암환자인 남편이 혹여나 자신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염려돼 2월18일부터 5월 중순까지 석 달 동안 일을 쉬었다. 2월18일은 코로나19 슈퍼전파자 31번째 확진
지난 2월 우리 사회를 일시 정지시켰던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2차 팬데믹 위기와 공포로 사회와 일터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1차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와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위기 대응능력은 과연 성장했을까.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 2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1. 진료체계와 노동자 방역2. 고용위기, 위험한 노동자“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공항으로 가는 통근버스도 사라지고 있어요.”면세점에서 일하는 K씨
2차 재난지원금 전부지급과 선별지급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가 불붙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 국민 1인당 30만원의 2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 달라”고 청와대와 총리실에 공식 건의했다. 같은날 심상정 의원도 국회 상무위원회에서 “2차 재난수당 지급은 시간 싸움”이라며 “전 국민에게 서둘러 일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반면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하는 게 맞다”며 선별 지원을 주장했다. 안철수 대표도 2차 재난지원금 전부지급 주장을 “인기영합주의” “신금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내연기관 차량의 일거리 감소로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먹잇감 찾기에 나선 것.”지난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울산현대모비스 PE(Power Electronics)모듈 생산라인을 실사 방문한 것과 관련해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울산현대모비스지회가 공장 내 대자보를 통해 비판한 내용이다. 현대차지부가 “오해”라고 해명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건은 전기차 생산과 관련해 물량을 둘러싼 원청과 계열사 간 긴장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이 업계·전문가 분석이다.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고 공정도 단순해
#.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일하는 역무원 김아무개(33)씨는 지난 21일 출근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야간 근무조인 그는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9시10분까지 일한다. 지하철 이용객이 많은 ‘불금’엔 만취로 인한 민원이 몰려 힘든 근무로 꼽힌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위험성이 더 커졌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불특정 다수와 접촉하는 일이 잦고,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 걸친 민원인이 많아 두렵다”며 “방법이라고는 오직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잘 쓰는 방법밖에 없어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1차 팬데믹 비껴갔던
지난 2월 우리 사회를 일시 정지시켰던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2차 팬데믹 위기와 공포로 사회와 일터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1차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와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위기 대응능력은 과연 성장했을까.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 2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1. 진료체계와 노동자 방역2. 고용위기, 위험한 노동자#1. 지난 2월21일 오전 7시30분. 대구동산병원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저는 여러분의 휴대전화를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말이 끝나자 턱을 괴고 있거나, 허리를 숙이고 있던 이들이 통역기를 자신의 귀에 가져다 댔다. 2017년 6월 오전(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 본회의장에 앉은 김영신씨의 연설은 이렇게 시작했다.삼성·엘지전자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던 노동자 김씨를 비롯해 7명이 메틸알코올(메탄올) 급성중독으로 시력을 잃거나 시력 손상을 입은 사실이 2016년 드러났다. 5명의 피해자가 드러났던 2016년 초, 고용노동부는 메탄올을 사용하는 전체 3천100
21대 국회에는 산업안전보건 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2개 법안이 계류돼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같은 당 최종윤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다. 김영주 의원안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최종윤 의원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산업재해예방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필요한 경우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2017년 5월1일. 노동절이지만 1천623명의 노동자가 출근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7안벽 해양플랜트 현장은 여느 때보다 분주했다. 노르웨이 부근 북해에 설치될 원유시설인 마틴 링게(Martin Linge) 프로젝트 납기일이 불과 43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공정률 93%로 빠듯한 공기 탓에 동시에 움직인 적 없던 800톤급 골리앗크레인과 32톤급 지브형크레인이 한꺼번에 작업에 들어갔다.이날 오후 2시50분께 마틴 링게 프로젝트 모듈 건조현장에서 ‘우지끈’ ‘끼익’ ‘쿵’ 하는 거대한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를 운반하려고
플랫폼기업 우아한청년들(우아한형제들 자회사)이 비전업 배달노동자 배민커넥터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산업재해 전속성 기준에 금이 갔다.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특수고용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재해발생 시점 기준 전속성 요건을 미충족하더라도 산재보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회사 정책에 따라 이미 특수고용직 산재보험이 가입된 배민커넥터 ㄱ씨의 산재승인이 전속성 기준 충족 여부 판단을 이유로 2개월 넘게 지연되자 노동계가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부가 서둘러 예외를 인정한
“일을 하다 다쳤으니 산업재해로 처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물류센터 내 안전관리팀에서 ‘산재를 신청해도 된다’면서도 신청하면 퇴사조치가 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공상처리를 해 주고 삼사일 동안 쉬라고 했는데, 쉬는 동안 급여는 못 준다고요. 일단 알겠다고 했죠.”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박스에 담는 집품업무를 하던 김지연(48·가명)씨는 지난 5월11일 팰릿 위에 쌓인 물건을 꺼내고 내려오다 발목을 접질렸다. 다음 날 지연씨는 회사 지정병원에 가서 “발목 염좌(인대 손상)”라는 진단을 받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행·관광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57만명으로 곧 1천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확진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대다수 국가가 걸어 잠근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3월 방한한 외국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4.6% 감소했다. 국외여행을 떠난 관광객도 93.9% 감소했다.여행사·면세점·호텔은 개점휴업 상태다. 국내 여행업계 1·2위 기업인
올해 5월 기준 실업자는 127만8천명이다. 5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취업자수와 고용률은 석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취업은 줄고 실업은 늘면서 고용보험기금 운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을 우려하기보다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 시행을 위한 전면개편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고용보험은 예년과 비교해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1~5월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은 7조5천918억원이다. 지난해 지출액(13조9천515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하반기에도 긴급고용지원금
“식당은 오른쪽으로 가셔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12층 샤넬 화장품 매장 앞. 1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 고객들이 두리번거리며 식당가 위치를 묻자 샤넬 매장 직원은 1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치를 알려 주는 ‘안내데스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쯤이면 면세화장품을 구매하러 온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분주했을 시간이다.지난해 단일 점포 기준 세계 1위 매출 면세점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롯데면세점 본점(9~12층)은 텅 비어 있었다. 매장문이
최근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계가 임금동결을 먼저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노동계가 임금동결을 선언해 취약계층을 포함하는 총고용 보장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임금동결은 반대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사회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양대 노총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원포인트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연대임금’ 조성 방안을 제안했다. 6월 말까지 합의안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 두 명의 노동자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자 혹은 수혜자로 보이는 이 둘은 조금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서로 극적으로 닮았다. 스스로 자신의 노동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신을 보호해 줄 안전망은 엷은데 해고는 가깝다.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아는 이들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이들에게 희망을 줄까.5월4일. 사랑하는 어린 두 아이와 아내를 남겨 둔 채 한 가장이 세상을 떠났다. 마흔한 살 젊은 나이였다.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