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계가 임금동결을 먼저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노동계가 임금동결을 선언해 취약계층을 포함하는 총고용 보장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임금동결은 반대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사회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원포인트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연대임금’ 조성 방안을 제안했다. 6월 말까지 합의안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임금동결을 직접 주장한 인사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초청해 같은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토즈에서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 대안은 무엇인가’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논쟁이 되고 있는 임금동결을 포함해 코로나19 고용위기를 이겨 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았고,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당초 참석하기로 한 이주호 정책실장 대신 박용석 민주노동연구원장으로 토론자를 변경한다고 당일 오후에 알려 왔으나 결국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선제적 임금동결 통해 정부·자본 압박·견인 필요”
“고용안정이 쟁점, 임금인상과 동결은 쟁점 아냐”

▲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김성희 : 최근 임금동결을 통해 노동운동이 코로나19 사회적 재난에 선제적 대응해야 한다는 논쟁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여러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노동이 필요한 일들을 하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취지의 임금동결론이 어떤 의미 있는지 전문가 좌담회로 짚어 보고자 한다. 임금동결론 취지와 입장을 이야기해 보자.

이남신 : 임금동결론이라기보다 사회연대기금 조성론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임금인상을 비롯한 노사자율 교섭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을 사회적 대화로 다루는 건 온당치 않다. 지금은 워낙 화급하다. ‘노조 안’ 노동자는 임금교섭이라도 하고 자기 권익을 지키지만 ‘노조 밖’ 노동자는 아수라장이다. 양대 노총의 주요 정규직노조가 선제적 임금동결을 통해 사회적 연대기금으로 정부와 자본을 압박·견인하고, 미조직 취약계층 노동자의 사회안전망 확충 등 여러 보호 조치가 강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지금은 정부와 자본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어 노동이라도 앞장서서 해야 할 때다. 사회적 대화가 실패하거나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할 때 가장 큰 피해는 노조 밖 취약노동자가 본다. 사회적 대화에 양대 노총이 들어가 있다.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약자를 위한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하는데, 노동계가 선제적으로 먼저 주장할 수 있는 게 임금 사안 빼고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지원 : 주제가 임금동결이라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대기업·공공기관 노조가 무엇을 하느냐다. 수단으로서 임금동결론이 나왔다고 본다. 하지만 대기업·공공기관 노조 임금동결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실효성과 지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다는 건, 현재 임금인상을 두고 죽자 살자 하는 조직이 거의 없다. 공공부문은 임금인상을 일정 정도 정부에서 했다. 민간부문은 오히려 임금삭감이냐 아니냐가 쟁점이다. 고용과 관련해 어떻게 안전장치를 만드느냐가 쟁점이다. 임금인상과 동결 사이 쟁점이 아니다.

임금동결의 낙수효과가 없다. 임금인상 낙수효과가 없듯이.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취업자 계층은 특수고용·영세기업·자영업에 집중돼 있다. 고립된 섬, 빈곤의 저수지라고 표현한다. 낙수효과가 없다.

지속성이 없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굉장히 오래 갈 거라는 것이다. 다음달에 끝나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상황에 따라 2년, 낙관적으로 봐도 1년은 계속된다. 임금을 동결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런 대책보다는 오히려 1~2년 버틸 수 있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 지속적 제도를 어떻게 만들지가 훨씬 중요하다. 결단에 의거한 대책보다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게 필요하다.

황선자 : 임금동결론은 지난 두 차례 경제위기 경험에서 나왔다고 본다. 자연적·사회적 재난 이후 보통 불평등과 격차가 심화한다. 우리나라도 노동과 자본 간 격차, 대자본과 중소자본 간 격차, 그에 기초한 노동자 내부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우리 경험에 의하면 대자본은 살아남을 거고, 대자본에 고용된 지불여력 있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올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노동자 내부 격차가 심화할 것이다. 임금동결론은 상대적으로 고용·임금·복지에서 안정적 부분이 위기상황에서 우리만 살겠다는 게 아니라 연대하자는 측면에서 제안했다고 본다.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처럼,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책임과 연대라는 측면을 더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겠나. 그런 면에서는 저도 선한 의도라고 받아들인다.

“대기업 사회적 책임과 연대 촉구하는 임금동결”
“임금동결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논란만 일으켜”

▲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김성희 :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관통해 온 문제다. 보수정부가 노동운동을 겨냥하면서 제시한 목표이기도 했다. 대기업노조 책임론 말이다. 이남신 소장은 책임론이라기보다 위기상황 속에서 선도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노조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느냐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남신 : 2001년부터 올해까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임금격차는 단 한 번도 줄지 않았다. 정규직화가 진전되지 못한 문제나 고용구조가 악화된 문제는 정권과 자본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규직노조도 임금격차가 점증된 데에 책임이 적지 않다. 결국 밥을 나눠야 하는데, 자기 성찰 없이 교섭을 대표한다? 어불성설이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2천만 노동자를 대표해서 나갔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과연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요구사항을 정리해야 할까. 사회적 연대와 관련해 노조 바깥 노동자 보호조치와 전 국민 고용보험을 포함해서 논의해야 한다. 총고용 유지와 해고 최소화 전략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교섭요구안에서 임금동결과 사회연대임금이 정권과 자본을 압박하는 유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왔다. 대공장노조가 자기성찰 속에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지원 : 대기업 정규직노조 책임론을 이야기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겠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도, 노조와 제도 개혁도 욕심을 내면 안 된다. 감염병으로 경제가 멈추고 건강을 위협한다. 감염병이 치고 들어왔는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거냐 취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감염병 방역과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욕심 내면 오히려 둘 다 놓치게 될 수 있다. 정세에 따른 개혁 수준과 목표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개혁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우리가 합심해서 처리할 거냐에 있다. 대기업 정규직노조가 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황선자 :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될 건지 재구성해 보면서 임해야 한다. 아직 기업별교섭 체계다. 대기업 정규직 조직률이 높고 양대 노총은 그쪽 이익을 많이 대변할 수밖에 없다. 지불여력에 따른 격차가 노조에도 이어진다. 결국 대마불사로 또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이고,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자본은 격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는 격차 줄이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제구조도 이뤄야 한다. 이래야 노동자 내부 격차를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

김성희 : 대기업 정규직노조 역할을 짚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토론회 주제에 딸려 있는 주제라서 잠시 다뤘다. 임금동결로 다시 돌아가자.

한지원 : 이남신 소장의 제안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큰 주제로 질러서 협상하고, 임금동결로 양대 노총이 폼 나게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라는 충정어린 고언이라고 본다. 하지만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는 코로나19에 정말 필요한 실효성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 이를 지렛대 삼아 노사정 대화나 어떤 틀을 만드는 게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 걸 하려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있으니 거기서 하면 된다. 양대 노총의 사회적 책임은 노조답게 하면 된다. 노조는 노동현장을 관료보다 잘 아니까. 임금동결은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 정치적 흥행 내지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 원포인트 의제로서는 여러 논란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한국 사회 취약노동 비참한 방식으로 드러내”
“임금동결 결단으로 마련한 대책보다 제도 손보는 게 필요”

▲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

김성희 : 대공장 정규직노조부터 임금을 동결해서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를 위해 쓴다는 연대기금 취지로 이해된다. 이것이 작동 가능할까? 논의가 필요하다. 산별로 교섭구속력도 갖지 못하는데 어떻게 할지, 의미로는 전달되지만 과연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느냐를 이야기해 보자.

황선자 : 임금동결이라지만 사회적 연대 방식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연대가 있었다. SK이노베이션노조는 기본급 일부를 출연해 원·하청 상생기금을 조성했다. 이런 사례는 금융·공공부문에서 많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야 한다. 같이 일하는 직·간접 비정규직이 함께할 수 있도록, 시장임금 격차를 연대로 줄이는 것을 눈에 보이도록 해야 한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연대가 이뤄지고 있고, 재난시기라서 더 연대가 요구된다. 임금동결도 그걸 강력히 촉구하는 형태로서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김성희 : 사회연대기금이 많다는 건, 금융·공공·사무에서 조성한 것과 같은 건가. 구성은 다른 것 같은데. 임금동결을 통해 하자는 취지가 이런 맥락과 비슷한 게 맞나.

이남신 : (향후 2년간 임금동결 선언시 노사정이 부담할 수 있다는) 147조원은 노조 조직화가 안 된 정규직까지 포함한 거다. 양대 노총 내 주요 산별과 정규직 단위가 현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다. 금액 자체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10조원 정도 될까? 지금 산별교섭 아니라 기업별교섭을 하는 구조에서 당연히 현실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만 중앙단위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임금인상 자제나 동결이 사회연대기금 조성에 영향을 미치고, 노동계 발언권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지렛대가 된다고 본다.

한지원 연구원이 말한 실효성과 지속성 문제는 공감된다. 내 주장도 대단히 거칠다. 지금 단위기업 노사교섭도 제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섭 주도권을 발휘하는 수단으로 임금을 활용하자는 목적이 있다.

김성희 : 연대기금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이남신 : 노동계가 어떤 방법으로든 취약계층과 함께할 수 있는 대안을 내야 한다는 거다. 정권과 자본 책임이 아니라, 투쟁으로 돌파하자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사회연대 경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제안하는 것은 노사정이 함께하자는 거다. 최소한 노사정이 1대 1대 1로 출연해서 노동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쓰러져 가는 취약노동자를 위해 노동운동과 양대 노총이 자기 대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상징적인 수준에서라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양대 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함께 들어간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게 아니라. 그런 마당에 실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황선자 : 이남신 소장 말씀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격차와 불평등 문제가 한국 사회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격차를 더 심화한다면, 미래가 없게 된다. 코로나19 위기가 한국 사회 재구성 기회가 돼야 하듯이, 마찬가지로 노조가 그 역할을 못하고 재난위기 시기에 연대와 단결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위기가 지난 뒤 노조가 살아남는다 한들 노조 존재와 정당성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 재난시기 노조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김성희 : 약간 자괴감이 든다. 노동운동이 할 수 있는 게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거나,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무기인 임금인상이라는 수단을 내려놓고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상황에 몰렸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파업하면 형사처벌이나 손해배상·가압류에 몰리니까. 임금동결론은 과연 현실에서 작동되는 원리인가.

한지원 :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1천400만명 내 연대보다 나머지 1천400만명을 어떻게 연결고리로 할지 고민하는 게 코로나19가 노동운동에 던지는 시사점이다. 예전 임금연대는 고용보험이 되는 1천400만명의 이야기였다. 임금동결론과 비슷한 효과는 고용보험료를 두 배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1천400만명을 약간 포괄할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측이 내니까 두 배로 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사회부조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 누진적 증세도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전반적 스토리가 노동운동에 필요하다.

임금동결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공공부문이다. 고용을 늘려야 한다. 민간은 고용을 늘리기가 어렵다. 공공에서 대규모로 흡수해야 한다. 단기 일자리도 상관없다. 정부가 말한 것보다 두세 배는 하고 공공부문 취업도 앞당겨 해야 한다. 가장 조직률이 높은 공공부문 노조가 다 포기할 테니 청년·어르신 단기일자리를 2배로 늘려 달라고 하는 게 훨씬 적극적인 연대다.

이남신 :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지나치게 넓다. 실제로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과 사회안전망 사각지대가 겹친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조성된 사회연대기금을 재원으로 의미 있게, 배제된 1천400만명에게 실제로 혜택이 될 수 있는 제도설계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쓰였으면 좋겠다. 코로나19는 무엇보다 한국 사회 취약노동이 어디에 있는지 이번에 다 드러냈다. 그것도 비참한 방식으로 드러냈다.

그렇기에 노동운동이야말로 최우선 순위로 이에 대해 자기 관심을 갖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계기가 마련됐기에 전체 노동자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자기 요구가 명료해야 한다. 백화점식 나열을 해서는 안 된다. 전 국민 고용보험 실현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이 진전될 수 있도록, 사회연대기금 조성은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

“노조의 고통분담, 사용자·정부에 주도권 가져올 것”
“임금동결을 최저임금 동결로 오해는 어불성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김성희 : 이전까지 무급휴직을 하더라도 고용이 유지된 상태였는데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제조업은 자동차 부품사부터 문제가 닥칠 것이다. 완성차도 앞으로 예견돼 있다. 폭풍우는 이제 시작이다. 취약계층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취약계층이 아닌 영역에서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 정비가 안 된 것도 있고, 있는 제도가 안 지켜질 수도 있고. (임금동결론은) 더 확장될 때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사용자가 응할까.

황선자 : 노조 안에서는 (임금동결을 통한) 연대임금으로 하청노동자와 일자리 나누기 등 고통 분담을 촉구할 수 있다. 노조 밖은 사회임금을 높여야 한다.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낸다면 사용자도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고, 정부는 일반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런 것이 우리가 기업과 정부에 촉구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한지원 :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산별노조가 직접 조합비를 거둬 조합 내 기금을 조성하는 거다. 겐트 시스템이 초반에 그렇게 시작했고, 그러다 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 10%로는 어림도 없다. 파업기금이나 연대투쟁기금 정도로 쓰면 모를까. 그 정도 규모의 기금 조성은 어렵다.

다른 기금이라면, 법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기금이다. 사회보험과 사회부조가 있다. 문제는 노조가 이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기업복지로 모든 게 해결되니 고용보험을 통해 쓸 일이 없다. 현대차 노동자가 실업기금 받을 일 있나? 사회부조를 받을 일은 당연히 없을 테고. 노조가 사회보험 혜택이 없으니 관심이 없다.

이런 것을 두고 양대 노총이나 산별노조가 의식적으로 교육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 임금양보론이란 충격을 통해 기금을 조성하기보다, 사회구성원으로 한국 사회를 살면서 사회보험과 사회부조를 어젠다로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한방에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황선자 : 노조에서 역할을 하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대기업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 근로복지기금이다. 원·하청과 비정규직이 같이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부가 기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근로복지기금을 취약계층과 함께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새로 (기금을) 안 만들어도 된다. 기존 있는 것을 재난시기에 쓸 수 있도록 하자.

이남신 : 임금동결 주장이 재벌과 자본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은 아팠다. 면죄부라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 재벌자본 책임은 대단히 무겁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노동착취를 통해 어마어마한 이윤을 독식했다. 한국 자본주의 최상위층은 임기도 없는 세습되는 재벌자본이다. 책임이 무겁다는 거 다 안다.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두고, 재벌자본을 압박하는 총파업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안 될 바에는 노동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임금이다. 이것은 양보가 아니다. 이미 죽어 나자빠진 취약계층 노동자가 있다. 정규직노조가 가진 자원과 힘이 있을 때 선용하지 않으면 후순위로 타격받는 노조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회복불능이다. 노동자에겐 시간이 없다. 격차를 줄이는 유일한 플레이어는 양대 노총이다. 조금 성급해 보여도,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

김성희 : 곧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임금동결론이 의도치 않게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남신 : 오해가 있더라. (임금동결 주장에) 최저임금 동결이냐고 묻던데, 절대 아니다. 최저임금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최저임금은 적정 수준으로 오르거나 위반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동결에 무게가 실려선 안 된다. 올해 최저임금 투쟁 목적은 사각지대 해소가 관건이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적용자가 전체 노동자의 15%인 300만명이 넘는다. 불법이다.

자본의 요구는 지역별·업종별 차등과 시급·월급 분리다. 해선 안 된다. 수세적 교섭이 될 텐데 양대 노총 위원이 잘 지켜 내야 한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흐름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가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황선자 : 저는 다른 의견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임금·고용복지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부분에서 (임금동결) 그런 노력이 필요하고, 아랫부분은 올려야 한다. 아니면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랫부분 임금을 올리는 것이 이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기준점이 될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해 이번에 어떻게 결정하느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말이다.

“임금동결론보다는 사회연대기금 조성론이 정확”
“사회적 대화 우선순위 ‘노조 밖’ 노동자에 있어야”

▲ 정기훈 기자

 


김성희 : 임금동결론은 진정성은 있으나 우리 스스로 내놓는다는 게 과연 바람직하고, 필요한지 논란이 있다. 그러나 불안정 취약계층을 위해 노동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할 거다. 연대적 사회운동 의미를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방법이 뭐가 있을까. 재난시기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황선자 : 원론적으로 노조운동이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어떻게 재구성·재구조화할지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이후 상황에 대해 두터운 사회안전망에 기초한 높은 수준의 노조 통합성을 만들기 위해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체제를 이끌어 내야 한다.

재난시기 재난자본주의가 횡행한다. 어려운 시기에 재난을 이용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려는 자본이 있다. 반면 재난유토피아가 형성된다고도 한다. 재난시기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돕는 재난 유토피아다. 노동운동도 그렇게 돼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 연대와 공동체 협력을 강화하면서 그렇게 돼야 한다. 과거 경제위기 경험상 더욱 악화하고 불리해지는 노동, 불평등이 심화하는 과거체제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 전체와 시민사회가 연대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김성희 : 임금동결론을 정의한다면.

황선자 : 사회연대론이다. 여러 형태의 연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임금동결은 연대를 촉구하는 역할이다.

한지원 : 지금은 감염병이다. 감염병 침공에 사람이 죽어 나지 않게, 사회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다. 기존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과 사회구제 정책, 공공부문 고용 극대화, 노조와 정부의 자기희생, 그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요즘 기본소득과 그린뉴딜 같은 거대담론을 말하는데, 현재 단계에서 실현은 암환자에게 갑자기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암치료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임금동결론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어젠다로서 적합하지 않다. 혼란만 준다. 실제 필요한 것을 가린다. 실제 주목할 것을 가리면서 내부적 논란만 키운다고 생각한다. 실효성에서도 문제가 있다. 공공기관·대기업 정규직노조가 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마음만으로 남는 게 맞지 않나.

이남신 : 여러분 말씀 들으면서 제 고민을 정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회연대기금 조성이라는 선의로 제안된 임금동결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코로나19 시기에 자기 현안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의 힘을 빼는 논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취지로 주장한 게 절대 아니다. 그런 투쟁을 지지하는 것과 함께 그 밖의 광범위한 사각지대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어떻게 보호할 거냐, 노조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선용할 것이냐를 말한 것이다. 그 부분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한다.

임금동결이 초점이 아니라 사회연대가 초점이다. 사회연대에는 임금연대와 고용연대, 복지연대가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주요한 것이 임금연대다. 올해 6~7월 예정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 실력 문제나 객관적 한계를 차치하고라도 양대 노총 위원장 교섭에서 저임금 노동자 사각지대 이해를 대변하는 데에서 비껴가선 안 된다. 그 부분이 명료해야 한다.

생산적 논의로 갔으면 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실질적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해 임금동결은 수단일 뿐이다. 사회연대 폭을 어떻게 넓히고 무노조 상태에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어떻게 보호할지, 노동운동 이름으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그 경로와 수단은 뭐든 상관없다. 대중운동이란 게 조건에 맞게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가장 큰 힘이다. 자본과 정권에 맞서 이를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성희 : 사회연대로 나가기 위한 생산적 논의를 촉발하는 고육지책이라고 정리되는 듯하다. 노동운동 안에서 (모두가 어려워하는) 그런 논의를 자기 주도적으로 어젠다를 갖고 이야기하는, 조금 수세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그런 걸 촉발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수단과 지향 간 간격과 노동운동의 현재 서 있는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 씁쓸하지만, 자기를 정확히 알아야 일어설 수 있으니 가야 할 길을 확인한 촉발 요인이 되지 않을까. 사회연대로 가야 한다는 화두를 어떻게 실현할지 방법론을 공통의 지혜로 모아간다면, 생산적 논의로 논의를 확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상 좌담회를 마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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