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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커넥터는 되고 쿠팡이츠는 안 되고] 전속성 따지는 정부, 플랫폼기업 선의에 맡겨진 노동자 산재배민커넥터 이외 업체 보호책 없어 … 노동계 “산재 전속성 기준 폐지해야”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플랫폼기업 우아한청년들(우아한형제들 자회사)이 비전업 배달노동자 배민커넥터에게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산업재해 전속성 기준에 금이 갔다. 지난해 11월의 일이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특수고용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했다면 재해발생 시점 기준 전속성 요건을 미충족하더라도 산재보상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회사 정책에 따라 이미 특수고용직 산재보험이 가입된 배민커넥터 ㄱ씨의 산재승인이 전속성 기준 충족 여부 판단을 이유로 2개월 넘게 지연되자 노동계가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부가 서둘러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가 전속성 기준을 폐지한 것은 아니다. 사업주 의지가 없다면 배민커넥터와 동일한 형태에 놓인 노동자임에도 산재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배민커넥터처럼 자신 소유 이동수단으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자유롭게 일하는 쿠팡이츠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는 특수고용직은 산재 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사고 당시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여도 산재보상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쿠팡이츠 노동자는 업무 중 재해를 입어 산재를 신청해도, 근로복지공단이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거절할 수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 전속성이 약한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멍 뚫린 전속성 기준”

2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비전업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주로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배민커넥터 산재와 관련해 <매일노동뉴스>에 “이미 산재보험에 가입한 배민커넥터는 다치면 보상을 해 준다”며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은 중소기업주 사업자로 가입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은 딴판이다. 노동부가 고시로 정한 ‘퀵서비스기사 및 대리운전 기사의 전속성 기준’은 지난해 11월 노동부가 예외를 인정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배민의 경우 한꺼번에 입직 신고를 하다 보니 배민커넥터인지 배민라이더스인지 일일이 구분하기 어려워 특수고용직으로 받아 주고 있다”며 “행정력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산재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상은 다 해 준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배민 라이더로 추정되는 산재보험 가입자는 약 1만명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산재보험 제도상 근로복지공단은 개별 노동자의 전속성 충족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없다. 특수고용 노동자가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지역 관할 근로복지공단에 사업주가 산재보험을 신청하면 공단은 이를 접수할 뿐이다. 이때 전업 노동자인 배민라이더스와 비전업 노동자인 배민커넥터 모두 퀵서비스업종으로만 분류돼 산재보험에 가입된다.

하지만 노동부가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지 않으면서 산재보험 적용 과정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신청을 하면) 업무상재해인지 확인하고 적용 주체가 잘 체크됐는지 함께 본다”며 “중소기업 사업주로 가입해야 하는 분이 특수고용직으로 잘못 입직이 돼 있다면 보상이 안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배민커넥터 노동자 산재 승인 지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똑같은 일 하는데,
사업주 의지 따라 달라지는 산재보험 적용”


노동부가 산재보험 전속성 기준을 표면적으로 유지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사업주 선의에 산재 승인 여부를 맡겨야 하는 신세가 됐다. 노동부 고시는 전속성 기준을 “하나의 퀵서비스업체에 소속(등록)돼 그 업체의 배송업무만 수행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하나의 업체에 소속돼, 다른 업체의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소속(등록) 업체의 배송업무를 우선적으로 수행하기로 약정한 사람 △특정 업체에서 전체 소득의 과반 소득을 얻거나 전체 업무시간의 과반을 종사하는 경우 등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거리를 찾아 플랫폼을 오가며 업무를 수행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이 같은 요건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월 공개한 ‘플랫폼 노동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업자에게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을 하는 노동자는 25개 사업장에 근무하는 9명뿐이었다. 9명 이외 대리운전 노동자는 여러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다수 대리운전업체에서 일감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

퀵서비스 기사 상황도 다르지 않다. 나진영(26·가명)씨는 배민커넥터이자 쿠팡이츠 쿠리어다. 배민커넥터 주 최대 근무시간을 모두 채우거나, 생활비가 부족한 경우 쿠팡이츠 쿠리어로 일해 소득을 보충한다. 앞서 우아한청년들은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의 근무시간을 각각 주 60시간·주 20시간까지로 제한했다.

나씨는 사고 위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는 “(유상운송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너무 비싸 들고 싶어도 들지 못한다”며 “지금 개인용 보험만 가입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일하면서 큰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비오는 날 넘어질까 긴장하고, 부주의하게 운전하면 정말 큰 사고가 날 수 있겠다 싶은 순간들이 계속 생긴다”며 “시간제보험과 산재보험 모두 가입되지 않는 쿠팡이츠는 웬만해선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배민커넥터로 일하다 재해를 입은 경우 보험과 산재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쿠팡이츠로 일하다 다치면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겸업 노동자는 어떡하나”

특수고용직에게 요구하는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지 않는다면 사각지대가 줄어들 수 없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주가 한 명이어야 하기 때문에 산재보험 중복 가입이 되지 않는다. 일례로 우아한청년들이 배민커넥터인 나씨를 산재보험에 가입시키면, 쿠팡이 중복해 쿠팡이츠 노동자인 나씨를 특수고용직 산재보험에 가입시킬 수 없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125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1항1호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주된 사업장 이외 사업장에서 다쳤을 경우도 보상해 준다는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속성이 약한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특수고용직이 아닌 중소기업 사업주로 가입하라는 것이 노동부 기조다. 하지만 노동자 대부분이 이 같은 제도를 알지조차 못한다. 쿠팡이츠 노동자 김형식(가명)씨는 “배달 일을 하는 사람 중 일일이 개인사업자로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유상운송종합보험도 비싸서 들지 못한 채 일한다”고 말했다.

노동자에게만 산재보험료를 전가한다는 점도 문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중소기업 사업주로 가입하라는 것은 개인이 100%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라이더가 일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고 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사나 배달대행업체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산재보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는 중소기업 사업주’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인원은 1만1천937명이다. 노동부는 1인 자영업자를 132만2천명으로 추산한다. 지난 1월부터 노동자를 사용하지 않는 중소기업 사업주는 업종 구분 없이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는데도 산재보험 가입자가 0.2%가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산재 전속성 폐지가 답”

노동계는 산재 전속성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인권위가 발표한 ‘플랫폼노동 종사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121명 음식배달 노동자를 포함한 퀵서비스 노동자 가운데 업무 중 재해를 경험하고 자비로 치료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70%(85명)나 됐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업무 중 재해를 입고 자비로 치료한다는 응답도 17%였다. 하지만 대부분 플랫폼기업은 “중개할 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산재보험은 물론 시간제보험 도입에 손을 놓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전속성을 기준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면 산재 적용 대상 밖에 있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며 “특히 쿠팡이츠 같은 배달노동의 경우 운송수단을 이용한 노동으로 산재율과 사고율이 높아 더 우선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산재보험 전속성을 가지고만 논의를 하다 보면 사용자는 노동자의 전속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민커넥터의 경우는 산재보험료를 냈으니 처리해 주겠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인데, 어떤 회사는 되고 어떤 회사는 안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모두 같은 일을 하는 라이더라면 일주일에 하루 일하더라도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산재 전속성은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근로자성과 관계가 크지 않다”며 “특수고용직에게 전속성 개념을 들이민 것은 산재보험료 징수의 편의를 위한 성격이 강한 만큼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건당 보수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는 일감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으니 복수의 사업자에게 노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산재보험 가입에 전속성을 강하게 요구하면 플랫폼 노동자 보호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경우 배민커넥터와 종사실태가 달라 전속성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장 쿠팡이츠 노동자가 법 테두리에 들어오는 케이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포함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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