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로드맵이 타결이냐 파국이냐 ‘기로’에 섰다.

정부는 한국노총의 ‘조건없는 3년 유예’ 역제의가 나온 뒤 입법예고 시기를 미루고 지난 8~10일 치열하게 노사와 물밑접촉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치열한 물밑접촉의 결과는 10일 현재로선 ‘무(無)’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용득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배수진을 치는 등 협상의 최대 고비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주까지 대화의 길을 열어두되, 결렬시 1년 유예안을 입법예고 하겠다”고 역시 배수진을 치는 등 ‘안갯속’ 국면을 걷고 있다.

8~10일 무슨 일이 있었나

한국노총의 ‘조건 없는 3년 유예’ 역제의는 노동부의 입법예고 시기를 늦출 만큼 중요한 것이었다. 노동부가 입법예고 연기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대기는 했지만 결국 한국노총 ‘조건 없는 3년 유예’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노사정에 따르면 실제 지난 8~10일 노사정은 장·차관급 인사들이 직접 나서 치열한 물밑접촉을 해왔다. 사실상 남은 쟁점은 전임자 임금 문제뿐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지난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서 밝혔듯이 3년 유예를 할 때 제도완비를 하고 유예하느냐, 조건 없이 유예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이었다. 즉 정부는 3년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그냥은 안 되겠다는 뜻을 계속 전달했다. 그렇게 되면 5년에서 3년으로만 단축됐을 뿐 자칫 ‘개혁후퇴’라는 소리밖에 더 듣겠냐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수정안’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3년 유예하되 구체적 조건을 만들기 보다는 큰 틀에서 방향에 대한 조건만 정하자는 것이었다.


한국노총, ‘노조재정자립기금’ 제의

한국노총은 △복수노조와 창구단일화는 시행하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집중 논의하고 △전임자 임금은 노조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이는 복수노조는 양보할 수 있지만 전임자 임금은 노조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노조재정자립기금’을 노사가 공동으로 출연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실제 금융노조는 지난 2003년 임단협 때 전임자 축소에 따른 노조재정자립기금 노사공동 출연을 제안했으나 사용자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거부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노동부가 유권해석을 “재정자립 기금은 노사가 협의해 전임자 급여지원 규모를 축소할 경우 한정된다고 보아야 하며 이 경우 축소에 따른 재원은 당해연도 급여액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가 협의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내려 당시 성사되지 못한 바 있다.

이같은 경험을 살려 한국노총은 이번에 노조전임자 축소에 따른 노조재정자립기금 노사 공동출연을 제안했으나 역시 정부는 조합원 수에 따라 제한할 것을 주장하는 등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이 결국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고 조성준 노사정위원장이 10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찾아 입장 조율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로드맵 타결 가능성 ‘안갯속’

현재로선 타결이냐 파국이냐를 쉽게 전망하긴 어렵다. 그러나 나올 수 있는 웬만한 ‘카드’가 다 나온 상태에서 쉽게 입장차가 좁혀지기가 어렵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미 다 카드가 거의 나온 상태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조건부 3년 유예 수용 가능”, “결렬시 1년 유예안 입법예고”를 못박고 나선 것은 정부로서도 쉽게 물러서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노총도 또다시 한발 물러서는 수정안을 던졌음에도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적 반발이 예상되는 등 더 이상 물러서기 힘든 국면을 맞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도 총파업 시기를 앞당기기로 하는 등 로드맵 등을 포함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등 노-정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갈 것으로 보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국노총이나 노동부 역시 마지막 ‘대화의 문’은 아직 닫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번주까지 대화의 길을 열어두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라며 “최대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화가 지속된다면 입법예고 시기도 이번주말께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노총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고 11일 삭발투쟁 등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 않고 있다.

타결이냐 파국이냐, 이번 주 결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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