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고’에 들어갔다.

노동부가 또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예고 기간을 미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초 노동부는 “절차상 미룰 수 없다”며 입법예고 시기를 8일로 못 박았으나 노사정 사정으로 11일로 다시 미뤘다가 7일 오후 돌연 ‘다음주 중’이라고 막연하게 또 연기했다.

이는 한국노총이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조건 없는 3년 유예는 수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 뒤 결정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왜 입법예고 또 연기했나

노동부는 연기 배경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댔다. 김성중 차관은 직접 기자브리핑을 통해 “변수가 자꾸 발생해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적절한 안을 고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 차관은 “지난 4~5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에서 필수공익사업 범위 조정 등에서 세부 논의가 많이 됐는데 이를 조문화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내부적으로 절충할 시간이 더 필요하고 법 조문화에도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날 정부는 몹시도 바빴다. 이날 노동부는 관계부처, 청와대 등과의 의견조율에 나섰으나 오전 한국노총이 수정안이란 변수가 발생했고 의견도 쉽게 모아지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차관은 “그동안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생각이 다 다르고 자꾸 변수가 발생해 일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로선 최종 조율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고 있다”며 “새로운 변수인 한국노총이 ‘조건 없는 3년 유예’ 수정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 3년 유예’에서 어디로?

당초 노동부가 실국장회의, 산하기관장, 선진화위원 등을 잇따라 만나가며 의견을 들었을 때 ‘조건부 3년 유예’안이 가장 유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5년 유예’안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우며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 이에 지난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2년안과 3년안이 각각 제시됐으며, 노동부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한국노총에 △정부원안(1안) △조건부 1년 유예(2안) △조건부 3년 유예(3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한국노총은 7일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조건 없는 3년 유예’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게 된 것.

구체적으로 보면, 노동부는 복수노조는 정부원안대로 가되 3년 뒤 시행이라는 입장을 굳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안은 창구단일화 방안을 마련한 뒤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창구단일화방안은 △노사자율로 했다가 안됐을 때 △다수대표제로 가고 △다수대표제를 선택하기 어려울 때 노동위원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채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마지막까지 노동부가 결정하지 못했던 것은 전임자 임금. 노동부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3년 유예 뒤 시행할 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조합원 규모별로 유급전임자 수를 줄여갈지를 놓고 고심해왔다. 감축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등을 두어 평균 53% 가량 감축되는 방안이 강구됐다.

“합의정신 살리고 노동개혁도 하고”

이밖에도 노동부는 “직권중재는 폐지”하기로 확실히 하고 필수공익사업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문제를 조율 중이었다. 지난 대표자회의 당시 합의는 안됐지만 노·경총이 비슷하게 의견을 냈던 것이 “필수공익사업 범위(항공관제·혈액·폐수처리 포함)를 조정”한다는 것. 대체근로는 한국노총은 “필수공익사업에 한해 인정”, 경총은 “공익사업에 한해 인정”이란 의견을 냈으며, 한국노총은 필수공익사업에 “철도·석유는 제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노동부측은 “포함과 제외 요구 업무 등을 다 포함해서 필수공익사업 ‘범위’를 조정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는 ‘범위’의 문제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성중 차관은 “지난 운영위에서 생각보다 많이 진전됐다”며 “논의된 사항 중 ‘최대공약수’를 입법안에 담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부는 현재 결정을 못 내리고 있지만 방향은 “합의정신도 살리고 노동개혁도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경총의 5년 유예안을 무조건 거부할 수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받는 것은 노동개혁 후퇴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을 우려, 지난 2일 대표자회의 뒤 ‘절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해왔다.

이제 정부가 ‘장고’에 들어가면서 결정을 하려 한다. 이것이 더한 ‘혼란’을 부를지 ‘최선’을 찾을지 다시 한 번 정부의 ‘입’으로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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