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고민에 빠졌다.

지난 2일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등 노사관계 로드맵 2개 쟁점을 ‘5년 유예’키로 합의하면서 이제는 공이 노동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오는 7일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힌 노동부는 현재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입법예고안에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합의한 ‘5년 유예’안을 반영할 것인지, 아니면 6자 합의가 안 됐으니 정부안대로 입법예고 할지 갈림길에 선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선택이 쉽지 않아 보인다.

비록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이긴 하지만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어렵게 합의한 사항인 만큼 정부가 반대 입장을 내기보다는 노사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대표자회의 전 “노사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대로 노사가 미봉책으로 ‘맞바꾸기’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5년 유예’안을 덥석 받았다가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는 ‘딜레마’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국제노동기구(ILO)가 수차 권고한 복수노조 허용을 보류하는 것으로 국제노동기준을 위배하는 등 근본적인 노사관계 제도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동부는 지난 3일 오후 내내 장·차관, 실·국장이 모여 대표자회의 결과에 대한 후속 논의에 나섰으나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5년 유예 합의안을 입법예고안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나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자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노사는 시기상조라며 유예에 합의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10년간 개선된 것 없이 또 유예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며 “지금 정부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또한 이 과정을 정부가 책임있게 주도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내면서도 노사합의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노동부는 유예를 전제로 하되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안 등 절충안도 아울러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노동부는 최종 입장은 6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표자회의에서 4~6일 운영위를 열어 막판 집중논의를 하기로 한만큼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은 막판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뒤 최종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의 고민은?
"답 안 보이는 지리한 논쟁, 유보하는 게 맞다"
합의한 만큼, 정부도 다른 선택 어려울 듯"
경영계는 한국노총과 이미 전임자·복수노조 ‘5년 유예’에 합의한 만큼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5년 유예에 합의한 이유로, 논쟁만 심화되고 답은 안 보이는 상태에서 더 이상 끌기보다는 잠시 유보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경총 한 관계자는 “당초 한국노총은 2개 쟁점에 대해 폐기안을 제출했으나 경영계는 받지 않았다”며 “복수노조는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허용돼야 하는 문제이고 전임자 임금도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지급되지 않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폐기안보다 유예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 이번 합의에 대해 일부 기업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 경영계는 “다들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서 똑같을 수는 없다”며 “현재로선 합의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경영계는 민주노총 반발 및 노동부 입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5년 합의안 수용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노사합의안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희망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경총 한 관계자는 “노사합의안을 받지 않으면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대안을 만들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정부가 다른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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