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농성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노사정 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10일 한국노총은 “협상이 사실상 종결됐다”는 표정으로 강경한 대책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책은 노동부가 아직 입법예고를 하지 않고 있는 이상, 또 다른 반전을 위한 막판 카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10일 현재 노사정 협상은 ‘합의’보다는 ‘파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한국노총 비상근무 체계

한국노총은 토요일인 9일부터 일요일인 10일 현재 전 간부가 출근해 비상근무에 나섰다. 조별로 철야농성도 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간부들은 다음 주에도 근무시간에 모두 투쟁조끼를 착용하고, 평일에는 오후 9시까지, 휴일에도 오후 6시까지 비상근무를 하기로 했다. 이같은 투쟁계획은 이용득 위원장이 직접 관할하고 있다고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예상보다 빨리 구체적이고 강경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11일 오전 열릴 긴급산별대표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득 위원장 단식투쟁을 선포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오는 15일 국회 앞에서 5천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물론 이같은 계획은 먼저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확정돼야 할 사안이지만, 이렇듯 한국노총 분위기는 강경해지는 추세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이날 중앙 투쟁상황실 구성을 완료했으며, 각 산별과 지역본부에도 11일까지 상황실 설치를 마무리 짓고 중앙에 이를 보고할 것을 ‘투쟁지침 3호’로 지시했다. 오는 13일에는 ‘2006년 하반기 투쟁승리를 위한 지역지부 의장단 투쟁결의대회’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길오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노사의 결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복수노조 및 전임자 문제는 조직의 사활이 걸려 있는 현안인 만큼 투쟁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초반부터 전조직적인 역량을 동원해 강력하게 저항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반전 드라마…결국 파국으로 끝나나

지난달 30일 이상수 노동부 장관 발언과 한국노총의 ILO 아태총회 전격 철수를 시작으로 약 2주에 걸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 속에 진행돼 왔던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에 대한 노사정 협상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국노총 대다수 간부들은 “투쟁밖에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막후 협상마저 끊긴 채 사실상 노동부와 한국노총 모두 (파국)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조성준 노사정위원장이 한국노총을 방문했으나 이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다만 백헌기 사무총장과 장대익 부위원장을 만났으나 분위기는 시종일관 냉랭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국노총 한 고위관계자는 “주말에도 노동부와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절충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지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은 없었다”고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는 원칙적으로는 다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맞물려 있는 사안”이라며 “복수노조는 시행할 수 있지만 전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의 입장변화가 없는 한 한국노총이 밝힌 투쟁계획들은 수순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이같은 투쟁계획은 다시 한번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성격도 짙다.

한국노총 다른 한 관계자는 “상황은 좋지 않지만 정부의 입법예고가 발표되지 않은 이상 협상 자체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태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