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쿠팡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운영하는 사업은 ‘육상화물취급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쿠팡이 납부할 산재보험료는 크게 낮아지게 됐다. 육상화물취급업의 산재보험료율(1000분의 28)은 애초 쿠팡이 적용받은 ‘사업서비스업(1000분의 9.6)’보다 훨씬 높다. 대법원은 쿠팡 물류센터 사업은 ‘포장’에 집중돼 있어 ‘배송’ 업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봤다.

업종 바꿔 산재보험료 덜 내려고 쿠팡 소송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종류 변경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11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쿠팡풀필먼트는 2017~2018년 인천 물류센터 3곳에 관해 노동부 고시의 사업종류예시표상 사업종류를 ‘사업서비스업’으로 적용받아 산재보험료를 납부했다. 2017년 기준 사업서비스업의 산재보험료율은 0.01%였다. 그런데 다른 물류센터의 산재보험 사업종류가 육상화물취급업으로 적용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쿠팡측은 서울 장지·대구·인천6센터 등 물류센터 세 곳의 산재보험 사업종류를 육상화물취급업에서 사업서비스업으로 변경해 달라고 공단에 신청했다. 하지만 반려되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0년 8월 쿠팡 물류센터 사업을 ‘육상화물취급업’으로 판단했다. 공단은 인천 센터에도 사업종류를 변경하고 2017~2018년도분 보험료 차액을 부과했다.

쿠팡측은 소송으로 맞섰다. 2021년 4월 소송을 내면서 “일반적인 택배회사들의 사업과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사업”이라며 육상화물취급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쿠팡측은 “상하차 업무가 육상화물취급업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근로자수와 보수총액 비중이 큰 주요 업무를 기준으로 사업종류를 정해 산재보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차보다 물품 분류·포장 등이 주 업무라는 것이다.

대법원 “제품 재포장 주목적” 하급심은 엇갈려

1심은 물류센터 사업이 ‘육상화물취급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쿠팡측 손을 들어줬다. 물류센터 서비스 핵심은 ‘입고된 상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문에 따라 신속하게 집품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는 상태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봤다. 입고된 상품을 포장된 상태 그대로 배송지별로 분류해 상차하는 기존 택배 물류센터의 업무와는 성격이 명백히 구별된다는 것이다.

특히 물류센터의 ‘재해발생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부분 작업은 최소 수량 단위로 나뉘어 분류된 물품을 다루고 자동화 설비가 갖춰져 육상화물취급업과 같은 정도의 재해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2심도 현장검증까지 했지만, 물류센터 직원들의 재해 위험도가 낮다고 봤다. ‘박스’ 포장이 아닌 ‘비닐’ 포장을 주로 활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쿠팡 사업을 ‘사업서비스업’에 속하는 ‘가위, 세로테이프, 기계기구 등을 사용한 단순 포장작업’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쿠팡측 승소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고 사업은 쿠팡이 대량 매입한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형태도 재포장하는 데에 주된 목적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선고로 다른 쿠팡측 소송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린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3월 서울·인천·대구 물류센터의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육상화물취급업으로 판단했다. 이천·광주 물류센터 소송에서는 1심이 2022년 쿠팡측 손을 들어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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