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포기 각서를 요구해 사회보험료 납부를 회피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위탁업체가 보험료 등 추징금 3억8천여만원을 납부하게 됐다. 이는 특정지역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쿠팡 위탁업체들의 사회보험 포기 압박 행위가 전국에 걸쳐 자행될 수 있어 정부의 전수조사와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짜 3.3 계약 714명 적발

11일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CLS의 제주지역 캠프 위탁업체 ㄱ사는 지난 1월부터 국민연금보험료 1억8천560만9천40원과 건강보험료 1억9천350만4천560원을 각각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보험 미가입 등에 대한 과태료 526만원도 부과됐다.

ㄱ업체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기 용이하도록 배송지 인근에 마련한 일종의 소형 물류센터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와 위탁계약을 체결해 운용한다. 지난해 제주지역 한 CLS 위탁업체가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포함한 ‘사회보험 미가입 책임각서’를 받아 사회보험료 납부를 회피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당시 ㄱ업체는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위탁계약을 맺으면서 노동자가 스스로 ‘근로자 지위에 해당하지 않아 사회보험 가입이 성립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서약한다’는 내용의 사회보험 포기 각서 서명을 강제로 요구했다.

이런 정황을 확인한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점검에 나선 결과 ㄱ업체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1천651명 중 372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 1천650명 중 342명 등 714명이 사회보험 가입 대상임에도 각서 때문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공단은 이들을 직장가입자로 전환시키고 이들의 보험료를 ㄱ업체로부터 추징하기로 했다.

두 공단 수사의뢰 않기로
“다른 지역도 유사행위 가능성”

그런데 두 공단은 사용자쪽의 노골적인 사회보험 가입 회피 종용에도 이들을 수사의뢰 등은 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양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 내부 법률자문 결과를 첨부하고 “판례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 노동자가 사업장 가입자 해당 여부가 분명하지 않았고, 사후에 해당 사업장 노동자가 사업장 가입자에 해당한다는 관련 기관 판결에 따라 자진신고시 재량에 따라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국민연금)공단에 반드시 해당 사업장(ㄱ업체)을 국민연금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업체가 노동자에게 사회보험 미가입 각서를 강제로 요구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으로 근로감독관 조사사항”이라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관장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미가입 강요를 수사의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에 양경규 의원은 두 공단을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수사의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의원은 “이번 각서 관련 근로복지공단 조사는 제주지역 CLS 캠프 한 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며 “다른 위탁업체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두 공단과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은 쿠팡 캠프 사회보험 미가입 강요 전수조사와 근로감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동자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CLS 캠프는 전국적인 캠프의 규모도 파악이 어렵고, 위탁업체가 많다”며 “일용직인 데다 외주화돼 불법적인 행위가 용인되거나 은폐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재·정소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