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주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 근로시간을 1주간 연장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속히’ 행정해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그간 1일 8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연장근로로 보고 일별 연장근로시간을 합산해 주 단위 연장근로 시간(12시간) 초과 여부를 판단했는데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동시간 유연화 물꼬를 트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시간 유연화 맞닿은 대법원 판결
노동부 하루아침에 행정해석 변경 추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하루 단위 근로시간 제한(8시간)이 연장근로 계산시 반영되지 않는다. 4시간마다 30분, 최소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하루 최대 21.5시간이라는 압축노동을 시킬 수 있다.

노동자 건강권 보장에 앞장서야 할 노동부는 26일 이번 대법원 판결을 “근로시간 법체계는 물론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심도 깊게 고민해 도출한 판결”이라고 치켜세웠다. 나아가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이라며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연장근로 총량을 계산하는 단위를 ‘주’ 단위에서 벗어나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늘려 몰아서 일할 수 있도록 추진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맞닿아 있다.

기다렸다는 듯이 행정해석 변경 계획을 밝힌 노동부 태도에 비판이 인다.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사업주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을 더 많이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의 누적효과뿐만 아니라 하루 노동시간이 긴 경우 정신·신체적 건강, 사고 위험이 더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좋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휴일근무 중복할증’ 대법 판결은 “판례일 뿐”
이번엔 “심도 있고 합리적 판결” 치켜세우기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은 각종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더니, 불리한 판결은 받아들인다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현행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한 2018년 전에 7일(월요일~일요일)을 일주일로 보고, 휴일근로시 휴일근로수당과 함께 연장근로수당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일주일=5일’이라고 최종 결론내렸지만, 노동부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일주일=5일(월요일~금요일)’이라는 행정해석을 고집했다. 행정해석은 2018년 1주는 7일임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진 뒤에야 바뀌었다.

정병욱 변호사(법무법인 송경)는 “노동부가 노동자한테 불리한 판결은 판례라며 바로 행정해석을 바꾸고, 노동자에 유리한 것은 바꾸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주 단위로 연장근로를 계산하면 노동자는 과로에 몰릴 수밖에 없다. 빨리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소부 판결은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해당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종전 대법원의 법률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린다. 그런데 그 과정은 길고 지난하다.

더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3개월 이상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무일 간 휴게시간 보장 규정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 21.5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행정해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노동부가 행정해석을 변경하기보다는 연장근로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근무일간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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