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주 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 근로시간을 1주간 연장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한다. 기존 행정해석은 1일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연장근로로 봤다. 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을 핑계로 장시간 노동의 물꼬를 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11일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규정 등을 위반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가 제기한 소송에서 사용자 손을 들어줬다.<본지 2023년 12월12일자 2면 “하루 21.5시간 일해도 된다? ‘주 단위 연장근로 계산’ 대법원 첫 판결” 기사 참조>

총근로시간에서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뺀 나머지 근로시간이 법정연장근로 한도인 ‘주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하루 최대 21.5시간 몰아서 일하는 압축노동이 가능하다.

기존 노동부 행정해석과도 배치된다. 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1일 근로시간 한도 8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모두 더해 일주일에 법정 연장 근로 시간(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노동부는 자신의 행정해석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을 ‘합리적인 판결’로 치켜세웠다.

노동부는 26일 “이번 판결은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그간 행정해석으로만 규율되었던 연장근로시간 한도 계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며 “현행 근로시간 법체계는 물론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심도 깊게 고민해 도출한 판결로 이해하며 정부는 이를 존중한다”고 입장을 냈다.

노동부는 “행정해석과 판결의 차이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며 “향후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충실한 대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추진하려다 실패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대신 연장근로를 월·분기·반기·연 단위 총량으로 관리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여론의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지난 11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해 업종·직종별 연장근로 관리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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