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사노위는 지난 6월 이른바 광양사태로 취소됐던 노사정 4자 대표자 만남을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이다. 실무진 논의도 빠른 시일 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제 선정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가 정한 어젠더 논의할 이유 없어”

김문수 위원장은 이날 <매일노동뉴스>에 “지난번에 하려고 했던 노사정 4자 대표자 회의부터 하려 한다”며 “의제는 정해진 것이 없다. 뭐부터 논의할 것인지 다시 이야기해야 하고 본회의 위원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사정이 모이더라도 의제 선정 과정부터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경사노위에서 운영 중인 의제별위원회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후 공무원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논의하는 ‘공무원노사관계위원회’뿐이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 새로운 의제를 논의 대상에 올리려면 의제·개발조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 의제 결정에 노사정 합의가 없다면 진전이 있기 어렵다.

노사정은 각기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사노위가 정한 대표적인 기준은 노사 중심성이다. 어젠다 세팅은 어느 일방, 특히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어젠다를 세팅해서 노사 없이 학자들이 논의한 것을 보고 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 다시 논의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향가 답을 정해 놓고 하는 논의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반면 경사노위는 산하 연구회와 자문단에서 다루는 내용을 노사정 논의 테이블에 올리길 바란다. 경사노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운영 중이다. 이 연구회·자문단에서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노무제공자 보호를 위한 법률 등을 논의하고 있다. 노동계가 관심을 두는 내용이지만, 파견근로 대상을 제조업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노동계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의제개발·조정위원회에서 의견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끊어졌던 4인 대표자회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빠르게 의제개발조정위원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의지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부는 노·사·국민 6천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일부 업종별·직종별 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노총은 설문조사 결과가 ‘답정너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논의 시작 전 단계부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내용도 사회적 대화에 들어와 논의하자고 했으니 논의될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는 누가 일방적으로 그림을 가져가기도 어렵고 협의를 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 “대표성 인정, 정부위원회 복귀 등 조치해야”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그동안 노동계 반발을 샀던 정부 조치에 대한 변화 없이는 사회적 대화가 공전하면서 형식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 임박해 노정갈등이 재점화하면서 모처럼 재개한 사회적 대화가 빈손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노총을 이용해 먹으려는 속셈이 아니고 노동자 대표성 인정한다면 (노총이 참여한 정부) 거버넌스를 원상회복시키고, 근로자 종합복지관 문제,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문제를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 장기요양위원회, 국민연금 심의위원회에서 양대 노총 추천 위원을 배제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도 최근 산재보상예방심의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논란을 샀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정부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만약에 바뀌게 되면 진지한 사회적 대화 가능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취한 정치적인 화해 제스처 수준에 그친다면 사회적 대화는 제대로 출발도 못하고 제자리 걸음하다가 정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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