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 총선 전에 근로시간 개편방안에 대한 원포인트 입법을 기대한다는 입장은 내놓았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 장관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출입 언론사 고용노동 담담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정책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과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이런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는 이 장관의 정책간담회 이후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성희 차관이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무장관으로서 노란봉투법 집행 못 한다”

노동부는 정책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발제자료를 통해 “노조법 개정안은 실정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임에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의 기본원칙 예외를 둬 특정집단(인)만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불법행위에만 특혜를 줘 대다수 노사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키고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런 기조하에서 “법리상 문제가 있고 법조항 적용시 부작용이 많으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과거 정부에서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국회에서 일방통과를 했다”며 “여야 합의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조법) 주무장관으로서 법집행 수행이 어렵다”고 못 박았다.

‘그 입장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관련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대통령실은 두루 의견을 듣고 보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주무부처로서 이 법은 이대로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저는 법집행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각계 다양한 의견과 정부부처 의견을 듣겠다는 상황에서 노동부 장관이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밝힌 셈이다.

노란봉투법이 불필요하다는 근거로 일련의 법원 판결을 들었다. 이 장관은 “지금은 법원에서 가르마가 타진 것 같다”며 “모든 사람에게 책임 돌리는 게 아니라 적극적 가담자, 지도부에게 (책임을) 묻는다”며 “사용자 책임도 비율을 정해 제한한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손배 청구 뒤 노조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등 악용하는 것을 두고 “과도하게 손배 청구를 하지 않도록,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대통령실→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

이 장관은 이날 근로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입법 추진 의사도 분명히 했다. ‘총선 전’을 언급한 건 두 번이다. 근로시간제도 입법 스케줄을 묻는 질문에 “먼저 사회적 대화를 ‘빡세게’ 해야 할 것”이라며 “총선 전이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노동계의 준비된 정도를 봐야 하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마구 늘어지지 않을 것이다. 총선 전 원포인트 입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장관이 사전 조건으로 단 ‘사회적 대화’는 이날 오후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서 근로시간제도 입법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장관이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은 개혁의 파트너다. 사회적 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뒤이어 대통령실이 “한국노총은 오랜 기간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을 책임진 노동 대표조직”이라는 입장을 낸 뒤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이다. 이 장관은 앞으로 이뤄질 사회적 대화에서는 근로시간 개편방안뿐 아니라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일하는 사람 보호법 등 노동규범 현대화 안건을 패키지 또는 의제별로 넘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1주 상한과 관련해서 이 장관은 ‘60시간 이내’임을 시사했다. 그는 “설마 69시간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다시 69시간 논란이 나오겠냐”며 “대통령 말씀이 60시간까지 내려왔는데 (사회적 대화에서) 알아서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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