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 설문조사 결과  추가적인 소득을 위해 연장근로를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은 주 52시간 이하 근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4%는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도 1주 64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허물고 최장 69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게 하는 정부의 기존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고, 노동자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노동부는 노·사·국민 6천30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실시했지만 연장근로 산정단위를 주 단위로 제한하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바꿔야 할 명분은 어디에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업종과 직종에 한해 연장근로 산정단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주 64시간 이상 근무 원해” 노동자 2.5% 그쳐

노동부는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개편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자 3천839명, 사업주 976명, 만 19세 이상 국민 1천215명 등 총 6천3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면접원이 사업장에 방문해 대면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지난 6월26일부터 8월31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 여론의 반발에 거세게 부딪히자 국민여론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실시했다. 정부는 당시 주 단위로 제한하던 연장근로 한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안을 발표했다. 주 최장 69시간 연장근로를 가능하게 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동부는 당초 8월 발표 예정이었지만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월을 늦춰 발표했다.

“현재 직장에서 추가적인 소득을 위해 연장근로를 할 의향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 노동자 41.7%(1천599명)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질 때 할 수 있는 최대 주간 근로시간”을 묻자 ‘1주 52시간 이내(55.7%)’란 답변이 가장 많았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상당히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1주 60시간 이내’와 ‘1주 64시간 이내’는 각각 25.5%, 11.7%에 불과했다.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더라도 ‘1주 64시간 초과’ 근로를 하겠다는 응답은 2.5%(40명)에 불과했다.

주 52시간 상한제를 바꿔야 하는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최근 6개월간 1주 5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발생 빈도를 묻는 질문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노동자와 사용자 각각 70.9%, 45.2%였다. ‘불규칙적으로 주 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발생한다’는 답은 노동자·사용자 각각 12.3%, 19%였다.

하지만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최근 6개월간 근로시간 실태를 묻는 질문에서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일한다는 노동자와 사용자는 1.5%, 2.6% 수준에 그쳤다. 법정한도인 12시간을 넘겨 주당 초과근로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3%(115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질문에 사용자 응답은 0.4%(4명)에 그쳤다.

제조업·건설업·생산직·보건의료직·연구기술직
“업종·직종별 노사 원하면 관리단위 확대”
“노사정 사회적 대화 추진, 실태조사 계획”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가 장시간 근로감소에 기여했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은 노(48.5%), 사(32.9%), 국민(48.2%) 모두 비동의 응답보다 높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16.1%, 15%, 23%에 불과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가 상당부분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방점은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는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에 찍혔다.

현 근로시간 제도가 제조업·비제조업, 생산직·사무직 등 업종·직종별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질문에 노(44.2%)·사(44.6%)·국민(54.9%) 높은 동의율을 보였고,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노(41.4%)·사(38.2%)·국민(46.4%)가 동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노동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종과 직종을 노사에 물었다. 노사 모두 업종은 제조업(55.3%·56.4%), 건설업(28.7%·25.7%)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설치·정비·생산직(32%·31.2%), 보건·의료직(26.8%·26.4%), 연구·공학 기술직(22.2%·22.8%)을 지목한 비율이 높았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현행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희 차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하여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직종 선정 등을 위한 실증 데이터 분석과 추가적인 실태조사에 조속히 착수해 노사정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상에서 규정하는 주 52시간 상한제를 법 개정도 하지 않고, 노사 합의를 통해 허무는 관리기간 단위 확대에 대한 의지를 계속 피력한 것이다.
 

포괄임금 도입 사업장 60% 연장근로 한도 위반

포괄임금 도입 사업장 87곳 중 59.8%가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64개 사업장에서 26억3천만원 상당의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신고센터’에 제보된 사업장 103곳을 기획감독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103곳 중 포괄임금 계약 사업장은 87곳이다. 
공짜 야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포괄임금 계약 사업장 중 73.6%(64곳)는 직원 6천904명에 대해 야근수당 26억3천만원을 주지 않았다. 52개 사업장은 직원 2천151명의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102곳 사업장 모두 연차·퇴직금 등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해 41억5천만원의 체불이 적발됐다. 
근로감독 사례를 보면 A건설현장의 경우 관리직 직원을 대상으로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고정OT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탄력근로제에서 허용한 2주 단위 평균 연장근로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영세사업장은 근로시간을 기록·관리하지 않는 비중이 높았다”며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 49곳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중소기업에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할 예정이다. 이날 시범 공개되는 이 프로그램은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정식 서비스는 12월 제공된다. 
노동부는 올해 4분기 익명신고센터 DB를 활용해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사업장에 대한 집중 감독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IT·건설·방송통신·금융·제조 등 장시간근로·체불 관련 취약 업종에 대한 감독을 지속·강화할 방침이다. 
이성희 차관은 “앞으로도 정부는 익명신고센터 운영과 맞춤형 근로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포괄임금 오남용은 현장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하고, 일한 만큼 보상받는 관행을 반드시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강예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