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9월 본회의 상정을 예고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뜻이 확실치 않은 가운데 ‘반대가 당론’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예고해 왔다.

“노란봉투법 통과 총력” 연일 다짐
정의당도 통과 점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기국회에서 민생정당으로서 상생을 위한 교권 회복 확보법안과 노란봉투법, 방송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노란봉투법은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밟아 부의된 상황이다. 여야가 합의를 거치거나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는데, 여당은 반대 입장이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요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에서 21일 본회의에 올릴 안건 상정을 위해 회동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장이 두 달을 미룬 만큼 노란봉투법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정의당 관계자는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도 국회의장에게는 입법부 수장으로서 부담이나, 국회의장이 두 달을 미룬 상황이라 더 미루자고 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며 처리할 것으로 봤다. 만약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 안으로 올리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은 본회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와 처리 순서를 변경하는 안이다. 가결시 해당 안건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법 77조(의사일정의 변경)에 따르면 20명 이상 의원을 모아 발의하며, 본회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장은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 동의안은 토론을 하지 않고 표결한다. 간호법 개정안의 경우 의장이 표결을 거부한 전례가 있지만, 의장이 두 달을 미룬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안건 표결에 부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처리 뒤에 노조법 배치될 듯

21일 국회 본회의는 노조법 상정에 앞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 안건 모두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돼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297명) 과반의 찬성(149표),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찬성으로 가결된다. 의원 체포동의안과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표결 등은 통상 본회의 시작 직후 실시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가결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단체로 회의장을 빠져나가 표결에 불참해 항의의 뜻을 나타낼 움직임을 보인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민주당이 통과시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짜 변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다. 부결을 확신할 수 없다. 이탈표 때문이다. 예상되는 찬성표는 국민의힘 111표, 국민의힘 소속 무소속 의원 2표, 정의당 6표, 시대전환 1표다. 민주당에서 29표만 이탈하면 가결된다. 지난 2월27일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체포동의안은 민주당에서 이탈표 31표가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민주당은 7월 ‘정당한 구속영장 청구’에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고 했다. 사실상 반대표를 던져 달라는 요구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찬성을 통해 민주당의 지난 입장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동의안 가결시 민주당은 혼란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상정되면 무제한 토론 예고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상정된다면 국민의힘 요청에 따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밝혀 왔다. 본회의에 일단 상정된 법안이 처리되고, 노조법을 안건에 올리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이 올라와 통과되면,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 요구서를 제출하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함께 상정될 것으로 점쳐지는 방송법 개정안도 필리버스터가 있을 예정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이 상정되면 무제한토론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네, 당연히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실시한다. 필리버스터 요구서는 해당 안건의 의사일정이 게재된 본회의가 개의되기 전까지 제출해야 하지만, 본회의 개의 중 당일 의사일정이 바뀌는 경우 해당 안건에 대한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제출하면 된다.

필리버스터에서는 그간 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보장법’이라고 주장한 국민의힘 입장과 ‘합법파업 보장법’이라고 보는 야당의 목소리가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담긴 사용자 범위를 두고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범위가 모호해 교섭단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많다고 본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는 파업의 상시화를 부르고,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에는 공동연대 책임을 개별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야당은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들고 온 조항이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명확한 상황에서 본 판결이기에 모호하지 않다고 본다.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카드로 빠르게 통과할까

야당은 2022년 4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 당시 ‘회기 쪼개기’를 통해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막고 법안을 통과시킨 전적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같은 방법을 쓸 수가 없다. ‘회기 쪼개기’는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필리버스터가 종료되고, 다음 회기가 시작될 때 해당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12월9일까지 이어지는 9월 정기국회 회기에서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야당은 의석수를 바탕으로 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는 동의가 제출된 뒤 24시간이 지난 후 재적의원 5분의 3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에는 재적의원 5분의 3 의석인 179석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에 동의하는 의석수는 민주당 167석·정의당 6석·진보당 1석·기본소득당 1석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7석으로 계산된다. 전체 182석이다. 지금으로서는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야당이 종결동의서를 제출하고, 하루 뒤 표결을 통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노조법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노조법 개정안 통과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은 세 번째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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