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노동조합과 중산층(Labor Unions and the Middle Class)’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1950년대 이래로 노동조합이 미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영향을 소득, 사회복지, 불평등, 생산성 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은 비조합원에 비해 평균적으로 10~15% 임금을 더 받고 있다. 또한 사회보험이 취약한 미국에서는 노조가 쟁취하는 부가급여 혜택이 의료보험 등을 보충하는 역할도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조합원의 소득 증가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파급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된 사업장의 개선된 노동조건은 이들과 경쟁하는 비노조 사업장의 노동조건 개선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합원이 포함된 가구는 규칙적 노동시간과 안정적 소득으로 인해 교육, 보건, 주거환경, 지역 공동체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여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후생 증가에 기여한다.

이처럼 노동조합 활동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보고서는 지난 수십 년간 유색인종, 여성 등 취약 계층에서 조직률이 향상된 점을 꼽고 있다. 1950년대말 미국 노조운동은 흑인, 여성 등을 노조에서 배제하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후 1950~60년대 흑인 민권운동과 1970년대 여성해방운동을 경험하면서 노동조합은 보다 평등지향적 변모를 모색했다. 일례로 1987~1996년 체결된 단체협약의 70%가 인종 및 성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게 됐다. 특히 노동자 개개인의 협상력에 좌우되는 연봉 계약이 아니라 단체협약을 통해 급여체계를 통일하고 연공제를 강화함으로써 사업장 내에서 직·간접적 임금 차별을 축소할 수 있었다.

현재 여성의 조직률은 9.6%로 남성(10.5%)에 근접하며,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남성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흑인(11.6%)과 아시아계(8.3%), 중·남미계(8.8%)의 조직률 역시 백인(10%)의 조직률에 육박한다. 보고서는 역사적·구조적으로 차별받아왔던 성별과 인종에서 노조 조직화가 진전됨에 따라 현재 미국 노조운동에 대한 지원정책이 사회 전반의 차별을 축소하는 데에도 효과적 통로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자 조직화와 단결력에 대한 백악관 태스크포스’ 활동의 일환으로 발간된 재무부 최초의 보고서이다. <매일노동뉴스 2022년 2월10일자 “노동조합은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미국 정부” 칼럼 참조>

보고서는 노조 조직화와 단체교섭권을 증진시키는 법과 정책을 통해 이러한 노조의 긍정적 효과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는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강화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단결권 보호법’의 의회 통과를 추진하고, 건설노조의 협약 임금을 지역 내 최저임금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공공공사에서 확대 시행하며, 연방정부 노동자의 단체교섭을 촉진하는 정부입법, 단결권·단체교섭권 등 “당신의 권리를 알려드립니다” 캠페인 등을 정부기관 차원에서 주도해왔다.

신자유주의의 제국이라 할 미국 재무부 보고서를 읽으면서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혔다. 미국도 정권 교체에 따라 노조에 대한 정책이 부침을 거듭해 왔지만 최소한 정치적 레퍼토리 차원에서라도 노조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는 전통은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 노동조합이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내부에서부터 평등 지향의 조직화와 정책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고민 등이 떠올랐다.

노조를 ‘자유의 적’으로 찍어누르는 대통령과 여당의 폭력적 노조혐오, 노조법 2·3조 개정 문제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책이 아니라 정쟁의 대상으로만 삼는 거대야당의 무관념, ‘정권 심판’ 이상으로 노동조합의 할 일을 긴 호흡으로 기획하고 지속해 나갈 의지와 역량이 부족한 우리의 노조운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요즈음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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